▲ 이용재 울산대 철학과 4학년

울산에서 태어나 25년간 살아온 나는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타지에서 친구들이 오면 태화강, 영남알프스, 십리대밭, 대왕암공원 등에 데려갈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또한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라 불릴 만큼 유수 기업들의 공장이 소재해 있기에 한국경제의 대들보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자연과 산업이 조화된 울산만의 특징은 그 자체로 고유한 정체성이 되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 하지만 울산에 놀러 온 친구들을 돌려보낼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울산 곳곳을 둘러보면서 쌓았던 좋은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는 기념품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개월전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선생님이 기발한 발상을 하시고는 실행에 옮기셨다. 보통 차 주전자를 데우는 데만 활용되는 티라이트 위에 그림을 직접 그려서 판매를 하는 것이었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상당한 기간동안 시장조사를 했지만, 국내외를 통틀어서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상품화시킨 사례들은 없었다. 과연 세계 최초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하시는 분들은 벚꽃이 한창 만개했을 때에는 벚꽃을, 태화강정원박람회 때는 대나무와 고래 등을 티라이트 위에 그려서 현장에서 직접 손님들을 맞았다. 손님들의 반응은 꽤 뜨거웠다. 일상에서 무심결에 지나쳤던 물건인 티라이트 위에 그림을 덧입히니, 그 순간과 장소를 추억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대량생산되는 공산품과는 차별화된, 고유한 의미를 간직한 기념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타지역 사회적 기업에서도 배우러 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독창성은 얼마가지 못해 위협받았다. 어떤 분이 제품의 컨셉과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서 다른 곳에서 판매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 분과 직접 접촉하여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수공예품 같은 경우, 독창성이 있어도 특허를 통해서는 지적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뺏기는 상황에서, 작가 혼자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는 것은 너무나도 벅차다. 정부에서 창업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지만, 힘겹게 구체화한 아이디어를 지킬수 있는 도움을 못 받는다면 그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행정당국에서 작가들이 안심하고 창작과 판매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역작가들이 울산의 정체성을 녹여낸 작품을 많은 사람들과 접할 수 있도록, 홍보와 판로 개척에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단도용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법률과 행정적 차원에서 자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울산의 관광산업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울산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울산을 추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의미가 깃든 기념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울산은 진정한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용재 울산대 철학과 4학년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