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캠퍼 레이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마지막날 4라운드 16번홀에서 박성현이 물가 풀숲에 들어간 공을 쳐내고 있다.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이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작은사진). PENTA PRESS·LPGA=연합뉴스

20년 전 박세리 모습 연상
4R 16번홀 극복 연장 추격
2차연장서 유소연에 승리

박성현(25·하나금융그룹)이 메이저 대회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박성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6741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65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기록하며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박성현은 유소연(28),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함께 연장전을 치렀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유일하게 버디를 잡지 못한 하타오카가 먼저 탈락했고, 16번 홀(파4)로 옮겨 진행된 2차 연장에서는 박성현이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 상금 54만7500달러(약 6억1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박성현은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 이후 1년 만에 메이저 2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승째를 따냈다. 이번 시즌에는 5월 텍사스 클래식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지난해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박성현과 유소연의 맞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최종 라운드였다.

3라운드까지는 유소연이 박성현에게 4타를 앞서 있었다. 그러나 유소연의 리드는 이내 사라졌다.

유소연이 2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고, 박성현은 3, 4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순식간에 공동 선두가 됐다.

하지만 유소연이 다시 6, 7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달아나며 팽팽한 기 싸움에서 앞서 나가는 듯했다.

둘의 승부는 막판에 요동쳤다. 1타를 앞서던 유소연이 16번 홀(파4)에서 약 7m 정도 되는 긴 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2타 차로 달아났다.

유소연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곧바로 17번 홀(파3) 티샷이 그린 왼쪽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서 이 홀에서 2타를 잃었다.

이날만 8타를 줄이며 일찌감치 10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하타오카까지 세 명이 공동 선두가 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박성현과 유소연은 모두 타수를 줄이지 못해 세 명이 연장전을 치르게 됐다.

올해 앞서 열린 두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모두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외국 선수들에게 내준 바 있었다.

ANA 인스퍼레이션 박인비(30)가 페르닐라 린드베리(스웨덴)에게 패했고, US오픈에서는 김효주(23)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차 연장이 열린 18번 홀에서 먼저 하타오카가 버디를 잡지 못하면서 탈락했다.

박성현과 유소연의 대결로 압축된 2차 연장은 16번 홀에서 진행됐다.

유소연이 약 7m, 박성현은 3m 정도 버디 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인근 지역에 번개가 칠 것이 우려된다는 날씨 예보에 따라 경기가 약 2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 시간으로 2일 오전 6시에 재개된 연장 승부에서 유소연의 버디 퍼트는 왼쪽으로 살짝 빗나간 반면 박성현의 버디 퍼트는 홀 안으로 향하면서 둘의 순위가 결정됐다.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한 박성현은 승부가 갈린 직후 쏟은 눈물의 의미를 ‘행복’과 ‘보상’으로 표현했다.

박성현은 “오늘처럼 울컥하고, 마지막 퍼트 뒤 바로 눈물이 쏟아진 건 처음”이라며 “조금 창피하기도 하지만, 기쁨에 못 이겨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박성현은 “올해 한 번 우승(5월 텍사스 클래식)했지만, 컷 탈락을 5번이나 하는 등 힘들었다”면서 “힘든 것을 보상받는 듯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이날 막바지 위기였던 16번 홀 상황을 극복할 땐 캐디 데이비드 존스의 도움이 컸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한 채 워터 해저드 턱에 떨어져 불안한 자세로 샷을 해야 했으나 홀 바로 옆에 공을 붙이며 파를 지켜 추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박성현은 “그런 상황은 처음 겪었는데, 데이비드가 공 아래쪽에 물이 없으니 평소처럼 치면 된다며 믿음을 줬다”면서 “벙커샷 하듯이 쳤는데 임팩트가 잘 됐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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