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여행지 속 특별한 힐링, 제주도

▲ 제주도 김녕미로공원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공기를 내뿜는 랠란디와 혈액순환을 돕는 천연 화산석, 미로를 찾아가는 재미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공원으로 알려져있다.

상록수·제주 화산석으로 조성
‘김녕미로공원’ 가족단위 주타깃
23년간 인기관광지로 자리매김
분재로 가득찬 ‘생각하는 정원’
어린이 ‘녹색창의교실’ 운영
中·日등 정부수반 방문하기도

국가정원 지정에 도전하는 울산 태화강에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네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정원에 그치게 된다. 관광객 유입에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도에는 특별한 정원과 공원이 있다. 녹색공간에 재미를 더한 ‘김녕미로공원’과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지며 사색의 공간으로 꼽히는 ‘생각하는 정원’을 소개한다.

◇재미를 더한 국내 최고(最古)의 미로공원

김녕미로공원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자 미국인 프레드릭 더스틴 교수가 1983년부터 손수 땅을 파고 나무를 심어 1995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미로공원이다. 공원 수벽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랠란디로, 사계절 내내 푸른 상록수이자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해주고 심리적 압박감을 완화시켜주는 향기를 내뿜는다. 바닥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제주 천연 화산석(scoria)이 깔려 있는데, 이는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고 인체의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친환경 공원으로 손색이 없다.

▲ 김녕미로공원은 직원들이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을 곳곳에 놓아두고 방문객들의 포토존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녕미로공원의 외곽선은 제주도 해안선을 본따 디자인됐다. 미로에 숨은 7개의 상징물 중 하나다. 1276년 몽고인들이 제주에서 말을 방목했던 역사적 사실을 표현한 ‘조랑말 문양’, 제주도에서 행해진 종교적 의식 및 문화를 보여주는 ‘송곳니를 드러낸 뱀의 문양’, 제주도 청동기 시대의 흔적을 나타내는 ‘배 문양’, 동아시아의 음양철학을 형상화한 ‘음양문화’ 등의 상징물을 찾는 재미도 있다.

특이한 점은 이같은 상징물을 포함한 미로공원의 디자인을 한국인이 아닌 제주를 사랑한 외국인이 했다는데 있다. 제주대학교에서 퇴임한 더스틴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로 디자이너인 애드린피셔와 서신을 주고받으며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그는 지난 5월5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이 공원은 아이와 부모를 주로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적당한 난이도와 기술, 몰입을 극대화할 정도의 규모 등이 고려됐다. 미로 속에서 약 500m에서 1㎞ 가량, 약 30분에서 1시간 가량이면 탈출할 수 있다.

▲ 김녕미로공원은 직원들이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을 곳곳에 놓아두고 방문객들의 포토존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식으로 문을 연 1995년에는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전통 미로공원이었지만 지금은 제주도에만 10여개의 미로공원이 생겼다. 새로 생긴 미로공원에 비해 시설이나 규모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지금은 야생고양이 50여마리가 찾아오는 ‘고양이 정원’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이 식비로만 많게는 한달에 200만원 가량 든다. 여름철에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연인들을 위한 야간개장도 하고 있다. 수익금 일부를 제주 사회·교육분야에 기부한다.

▲ 김녕미로공원 출구에는 1~3위를 구분하는 시상대가 설치돼 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시상대지만 방문객 열에 아홉은 여기서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각하는 정원’

약 50년에 걸쳐 가꿔진 ‘생각하는 정원’은 평화로움이 감돈다. 조용히 걷다보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다수의 분재로 채워져 있는 이 정원은 성범영 원장이 1968년 가시덤불로 뒤덮인 황무지를 개간해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분재 문화가 발달한 중국의 후진타오·장쩌민 전 국가주석,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수상 및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전 대통령 등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 제주도 생각하는 정원은 지난 2016년 제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성 원장은 성장을 방해하는 가지나 뿌리를 잘라주며 나무를 가꾼다. 미적 감각도 가미한다. 약 4만㎡(1만2000평) 대지에 7개의 소정원도 자리잡고 있다. 서로 다른 모양의 폭포와 소규모 오름, 잔디광장, 특이한 형상의 괴석과 수석이 자리잡은 정원을 걷다보면 사색에 빠져들게 된다. 이곳에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자연교육을 경험시켜주는 ‘나무야 놀자’ 녹색창의교실도 운영힌다.

성범영 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서로 사랑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길 바라는 뜻을 품고 정원을 만들게 됐다”며 “재작년에는 민간정원 1호로 지정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 김영남 김녕미로공원 대표이사

김영남 김녕미로공원 대표이사
적당한 규모의 미로공원
방문객 즐겁고 재미느껴

김녕미로공원 김영남 대표이사는 미로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혈액순환을 돕는 천연 화산석을 밟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공기를 마시며 재미까지 얻어가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고 했다. 이들을 매일 만나는 그는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나 역시 행복해진다”며 웃었다.

방문객들이 행복해 하는 이유는 미로공원의 규모와도 관련이 있다. 그는 “미로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방문객들이 지루해하거나 불안해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30~60분, 500~1000m 이내로 만들었기 때문에 재미있어하는 방문객들을 매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이사는 제주도에 생겨나고 있는 신규 미로공원과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그는 “2010년께부터 야생 고양이가 한두마리씩 보이길래 먹이를 주고 아플 때 치료도 해줬는데 지금은 50여마리로 늘었다”며 “고양이 정원으로 꾸며도 좋겠다는 판단을 해 고양이를 위한 식당, 놀이터 등을 만들었고, 지금은 제주대 수의학과와 협약을 맺어 건강까지 관리하고 있다. 다시 방문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이사는 대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 1998년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김녕미로공원과 인연을 맺었다. 미로공원의 매력에 빠져 매년 방학 때마다 미로공원에서 일했고, 졸업반이었던 2004년 더스틴 교수의 제의로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제주도 글=이왕수기자 wslee@ 사진·편집=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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