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이 또 논란이다. 수년간의 논란 속에 부지선정과 설계공모를 거쳐 시공사 선정 단계에 와 있는 미술관 건립이 일단 중단됐다. 울산시가 지난 4월6일 조달청에 의뢰했던 시공사 선정 업무의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7월2일 보냈고 조달청은 이날 오후 5시 공사 입찰 취소 공고를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울산시는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과정에서 여론 수렴이 충분치 못했고 시정철학이 담긴 미술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시공사 선정에 앞서 새 시장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오랜기간 여론 수렴 끝에 겨우 시공사 선정 단계에 이른 시립미술관 건립이 시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중단돼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혹여 추진과정에서 부정부패나 비리가 있었다면 모를까 시장의 시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군색(窘塞)하기 이를 데 없다.

시립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방향이 시정철학을 따를 일인가. 미술계의 흐름과 울산의 정체성, 전문가들의 진단, 시민들의 요구가 관건일 뿐이다. 이미 그 과정은 충분히 거쳤다. 울산시의 설명대로 시장의 시정철학을 따라야 한다면 4년 뒤에는 또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울산시는 “미술대학 교수, 울산 및 인근도시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서 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방안을 정하겠다고 한다. 마치 그동안 전문가 여론수렴이 전혀 없었다는 투다. 수년간 활동했던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그들이 빈틈없이 일을 잘 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여론수렴이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거수기’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아직도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한 각양각색의 의견이 난무하는 것은 사실이다. 협소한 부지에 대한 불만도 있고 울산초등학교 부지 활용에 대해서도 시의 계획과 다른 의견도 나온다.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온갖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계속 논의해야 할 의견도 있지만 대개는 지금까지 논란의 반복에 불과하다.

먼저 부지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자. 현 부지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일단 공모에 당선된 설계대로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울산초등학교 부지를 미술관과 더불어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설계 공모 당선작을 보면 울산초등학교 부지와 동헌을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내는 노력이 분명 담겨 있다.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객사를 건립하겠다는 전 시장의 의견은 행정절차가 진행된 사안이 아니므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 객사복원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주춧돌을 살리면서 협소한 미술관 부지 문제도 해결하고 미술관과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울산시의 말대로 운영방안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해서 건립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해야만 할까. 새 시장측의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해 조정해나가면 될 일이다. 혹여 새 시장 주변에 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새 시장의 시정철학이라는 ‘시민과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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