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에 이어 자동차도 고관세 ‘미국발 악몽’ 재현 조심

노, 65.62% 찬성 파업가결 … 사, 연이은 악재 실적 악영향 우려

▲ 현대자동차가 ‘트럼프발(發) 관세폭탄’ 예고에다 노조마저 파업을 수순을 밟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장 전경. 본사 자료사진
현대자동차가 ‘트럼프발(發) 관세폭탄’ 예고에다 노조마저 파업을 수순을 밟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뒤 올해 어느정도 판매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연이은 악재로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3일 지역 산업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일 ‘2018 임금협상’ 관련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65.62%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만약 파업에 돌입한다면 1987년 출범 이후 1994년, 2009~2011년 등 네 차례를 제외하고 7년 연속 파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 예고 등 자동차산업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외국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조사할 것을 상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적용되면 양국 간 자동차 관세를 없앤 한·미FTA도 무용지물이 되는 등 철강에 이어 자동차산업에서 ‘미국발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

만일 현실화 되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쑥대밭’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업계의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가운데 약 3분의 1인 84만5319대가 미국에 팔렸다.

이 중 현대차는 30만6935대로 36.2%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쏘나타, 아반떼, 싼타페 등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관세폭탄’이 터지면 한국 완성차업체 가운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르노삼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현대차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30만6935대로,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8%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가 흔들리게 되면 지역 자동차부품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릴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생산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납품 물량이 줄어 부품업체들은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게 되고,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미국이 한국산 수입차에 대해 25%를 관세를 부과할 경우 향후 5년간 최소 180억달러(20조원)에서 최대 662억 달러(약73조원)의 평균 355억달러(40조원)의 대미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엇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지속적·전략적으로 증대시킬 것으로 보여 국내 일자리 손실도 6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2일(현지시간) 한미FTA 개정협상 결과에 대한 영향평가 보고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연간 한국산 트럭 수입이 6만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국은 앞서 2021년까지 완전히 철폐하기로 했던 미국의 픽업트럭 관세(25%)를 2041년까지 철폐하기로 20년 연장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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