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체험장 세이지 견학코스
농어촌테마공원 연계 시너지 기대

▲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

언양읍과 상북면에 걸쳐 있는 화장산(花藏山) 자락에 위치한 향산리 능산마을 쪽에는 세이지(洗耳池, 씻골못)가, 지내리에는 소부당(巢父堂)이 있다. 중국 요임금 시대 허유와 소부의 고사에서 유래한 허유세이(許由洗耳)와 소부천우(巢父遷牛)를 떠오르게 하는 지명이 바로 세이지와 소부당이다.

중국의 패택(沛澤)이라는 곳에 허유라는 고결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는 바르지 않은 자리에는 애당초 앉지 않았고, 까닭없는 음식은 입에 대지 않았으며, 오로지 의(義)를 지키며 살았다. 허유에 관한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요 임금이 그를 찾아가 천하를 물려줄 터이니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허유는 이를 거절하며 말하기를 “이렇게 훌륭하게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임금을 두고 어찌 나같은 자가 대신 옥좌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저 같은 작은 그릇이 어찌 넓은 천하를 맡겠습니까?” 하고는 기산(箕山) 밑을 흐르는 영수(潁水) 근처로 가버렸다.

요 임금이 다시 그를 따라가서 “그렇다면 구주(九州)라도 맡아달라”고 청했다. 허유는 이를 다시 거절하였다. 그리고는 “구질구질한 말을 들은 내 귀가 무척 더러워졌을 것이다” 하면서 자기의 귀를 영수의 흐르는 물에 씻었다.

이 때 작은 송아지 한 마리를 앞세우고 어슬렁거리며 오던 소부가 허유에게 묻기를, “왜 갑자기 강물에 귀를 씻는 거요?” 하였다. 허유가 대답하기를 “요 임금이 와서 내게 천하나 구주를 맡아달라고 하기에 내 귀가 더럽혀졌을까 하여 씻는 거요”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소부가 크게 웃어댔다.

허유가 민망해 소부에게 웃는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소부는 “은자(隱者)랍시고 세상에 소문을 퍼뜨려서 요 임금이 찾아오게 하여 그런 낭패를 당한 것이요” 하였다. 그리고는 송아지를 몰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물을 먹이며 말하기를 “그대의 귀 씻은 구정물을 내 어찌 송아지에게 먹일 수 있겠소. 그래서 위로 올라 온 것이요”했다. 뒤에 허유가 죽자 요 임금은 그를 기산 위에 묻고 무덤을 기산공신(箕山公神)이라 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유산가’에서도 ‘소부 허유(巢父許由) 문답하던 기산 영수(箕山潁水)가 예 아니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허유와 소부의 고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선비정신이란 과욕을 버리고 부끄러움을 깨닫는 겸손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선비정신을 따르고자 마을 못의 이름을 중국 고사를 벤치마킹해 후세에 허유나 소부 같은 향기로운 인물이 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유현포창완의문(遺賢褒彰完議文)을 받은 조선 중기의 목와(牧窩) 강여망(姜汝望) 선생도 일찍부터 학문에 전념해 퇴계 이황의 영남학파로 세인의 숭상을 받았고 능산정사(陵山亭舍)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지내리 못안저수지 일원에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이 조성됐다. 한우불고기 테마전시관을 건립하고 명품한우직판장과 연계함으로써 오감만족의 복합휴양공간으로 변신했다. 지난 2012년 6월20일 계류장, 전자경매장 등을 갖춘 현대식 가축시장이 이전함에 따라 농어촌테마공원과 함께 축산 관련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게 됐다.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해낼 수 있는 관광지다. 한우의 거래에서부터 육가공, 취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 볼 수 있으며, 못안저수지 수변공원을 즐길 수도 있다. 아울러 허유, 소부의 고사에서 지명을 빌려온 조상들의 지혜와 허욕을 경계하는 선비정신을 느껴볼 수도 있다. 세이지 견학코스는 좋은 벤치마크 견학장소가 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언양불고기가 전국에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데, KTX 개통에 이어 상북면에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이 조성돼 한우명소로서의 명성이 드높아질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