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시작으로 수출 감소
침체된 울산경제의 활력 되찾으려면
동남아등 새로운 시장 찾아나서야

▲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경영회계과 교수

필자가 태어나고 성장한 울산의 어촌마을 생가 지역 원주민들은 거대한 석유화학국가공단이 유치되면서 돈 몇푼 받고 실향민이 돼 집단이주했다. 필자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폐교돼 흔적없이 사라지고 구도심 중심에 위치한 중학교는 이전된지 오래다. 필자가 고등학교 진학할 1960년대말까지도 인문계공립학교가 없어 인근의 대도시로 유학(?)할 수밖에 없었던 울산이지만 어린 시절 물고기잡고 장난질하던 태화강에서 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친구의 집 자리에서는 자동차가 생산되고 거대한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급기야 국내 7대도시이자 우리나라 산업수도로 성장,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한국의 수출주력상품 전진기지로 변모했다.

그러한 울산이 조선업의 침체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 시작으로 수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 감소는 제조생산의 감소와 설비투자, 일자리 감소로 귀결돼 실업자 증가로 나타난다. 또 내수침체로 연결,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청년과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은 설 자리를 잃게되고,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증폭, 생활범죄가 증가해 더 큰 사회적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서비스 및 유통산업 기반이 취약한 울산은 미·중간의 보복관세를 피하고, 시장진입장벽( Market Barrier)이 낮은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1870년 이후 100년간 최대 호황을 누렸던 미국자동차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와 철강도시 피츠버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미국 중공업과 제조업의 중심도시로서 부자도시였지만 이제는 페허가 돼 ‘러스트벨트(Rust Belt)’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곳이다. 필자는 15년 전 겨울방학을 맞아 연구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근로자와 젊은 청년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도시는 활기를 잃어버린듯 했다. 황폐화된 어린 시절 영화 속에서 본 화려한 옛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오늘 그 기억 속에 산업수도 울산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불안감과 희망이 교차한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었던 관세철폐를 통한 자유무역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국가 간의 무역활성화를 위한 지유무역협정(FTA체결)은 자국 이익침해경우에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 미국우선주의( American First)와 영국의 유럽연합탈퇴(Brexit)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다.

역사적으로 위기 때 훌륭한 지도자는 나타난다. 지방자치실시 이후 최초로 혁신과 변화 소통을 주창하는 진보진영 인물들이 울산의 리더로 등장했다. 지역의 난제를 해결하라는 시대적 사명과 함께이다. 경제민주화와 적폐청산을 통한 제도개혁은 물론이고, 울산의 글로벌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가의 충언을 받아들여 조속히 글로벌 역량강화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작금의 경제적위기를 기업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된다. 수출활성화와 일자리 안정화는 매출액과 이익지향의 기업에 맡겨두어서는 어렵다. 지방정부의 행정지원과 경제정책이 우선되고 지역민이 적극 참여하는 통합적 모델이 필요하다.

선진화된 지방자치는 단순히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과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만으로는 실현불가능하고 주민의 참여로 완성된다. 지방자치를 정치논리로 해결하고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행정집행은 지방자치의 목적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각 분야의 능력 있는 전문가를 배제하고 선거공로자를 위한 논공행상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악습이다. 진정한 울산지방자치실현과 혁신 성장을 위해 울산고유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일본돈 지폐 1만엔(Yen)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메이지시대(明治時代)의 계몽사상가이며 지금의 일본 최고 명문사립대학인 게이오대학 설립자이자 일본 근대화의 국부로 불리는 후쿠자와 유기치는 조선의 선각자 유길준, 박영효, 김옥균의 스승이었다. 그는 중앙정부로부터 입각을 수차례 제의 받았으나 모두 뿌리치고 제도개혁과 국부창출, 국가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죽기직전에 일곱 가지 심훈(유키치의 7훈)을 남겼는데 그중에서 ‘世の中で一番樂しく立派な事は 一生涯を貫く仕事を持つ事です(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멋진 것은 일생을 바쳐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울산의 지도자들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강봉구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경영회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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