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활성화로 젊은층 유인
4차 산업혁명·북방경제협력 선도
산업수도 울산, 화려한 도약 기대

▲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교육방송TV로 본 옛 영화 ‘팔도강산’을 누구는 수해 난 1971년께 면사무소에서 구호물자와 영화상영 특혜를 주었을 때 보았다 한다. 당시 문맹률 때문에 구호품 라면 끓이는 법을 가르쳐 주던 시절, 마당에서 발전기와 영사기로 본 영화란다. ‘팔도강산’은 1967년 필자가 중학교 3학년 때 개봉된 영화로, 영어 제목은 ‘여섯 딸들(Six Daughters)’이다. 필자에게 울산의 첫 인상을 만든 영화였다. 울산공업센터와 제3, 제5 비료공장이 대사에 등장하는데, 공장 굴뚝과 검은 연기만 기억났다.

1남 6녀를 둔 협동한약방의 노부부(故김희갑, 故황정순 분)가 미혼인 딸 하나만 집에 두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다섯 딸의 집을 찾아가는 영화다. 딸들은 청주, 광주, 부산, 울산, 속초 등 전국에 흩어져 사는데, 도착하는 날 큰 딸은 득남을 한다. 신이 난 사돈(故김승호 분)과 술 마시고, 백마강, 법주사 미륵불, 큰 사위(故김진규 분)가 일하는 삼천리 시멘트 공장과, 유성 온천을 구경한다. 내장산, 무주구천동, 호남 비료공장, 광한루 지나 광주에서, 부안으로 이사 간 둘째(故이민자)네로 찾아가 동진강 간척사업에 참여 중인 둘째 사위(故박노식)도 만난다. 발파 현장, 섬진강 다목적댐, 서산 낙조를 둘러본다. 아이를 열하나나 낳은 입담 좋은 둘째사위가 제주도 관광까지 보내준다. 귤이 귀하던 때 수확한 귤을 맛보고, 천제연, 용두암 보고, 삼성혈에서 제를 올리는 광경도 구경한다. 제주관광호텔에서 서울과 전화 연결된다는 현실을 믿지 못하는 김희갑, 유선전화로 막내딸과 통화하면서 세상 신기해하던 시절의 영화다.

울산 사는 셋째 딸(故김혜정)은 남편이 매일 야근하는 걸 바람피운다고 생각한다. 화가 난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공장으로 향하나 사위는 일하고 있고 오해는 풀린다. 빈 들판의 울산 풍경 속에 석유공장과 옆 비료공장을 둘러본다. 노부부는 관광차 불국사에 가서 가수 현인의 ‘신라의 달밤’을 들으며 첨성대, 안압지 등을 본다. 탄광 지대, 속초와 설악산을 지나, 오징어를 말리는 다섯째 딸(강미애 분)과 가난한 사위(신영균 분)를 만난다. 대접할 돈이 없이, 막걸리에 딸은 물을 타며 미안해한다. 그 이야기를 엿들으며 가슴 아픈 부부는 물 탄 막걸리를 맛있게 마신다. 다음 날 아침 사위가 대접하려 가오리를 구해왔는데, 부부는 이미 편지만 남기고 떠났다.

지역 명승과 산업현장을 소개한 박정희 정권의 경제 성과를 홍보한 영화에 울산은 산업도시로 나왔다. 해외동포 소재의 ‘속 팔도강산’ ‘우리의 팔도강산’ 등 다양한 속편 영화와 1974년 KBS TV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도 제작되었다. 이상(1910~1937)의 오감도 시(詩) 제1호는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이다. 이 중 ‘13’을 당시 조선 13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1967년 영화로부터 5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팔도강산’ 아니 ‘십삼도강산‘을 그려야 한다. 새 영화 ‘십삼도강산’이 제작된다면 울산은 어떻게 기록될까?

중소기업 활성화로 인구 확보해 젊은이들이 울산에 모이게 하자. 영화 ‘팔도강산’에서 산업화를 촉발한 도시 울산이었는데, 이제 제4차 산업혁명과 북방경제협력시대에 혁신도시 울산이 거듭나야 한다. 북한, 러시아가 새로운 관광지가 아니라 그간 끊겼던 사업들도 재추진하고, 여러 단체와 분야에서 북한과 러시아·중국과 교류하고, 초국경 협력사업의 대상이자 기회의 땅으로 인식해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울산에 손짓하고 있다. 울산 우리 세대의 치열한 모습을 후손에게 기억시켜 줄 미래 영화 ‘십삼도강산’ ‘십삼도 금수강산’에 울산이 화려하게 담길 날을 기대하며 기회를 만들자. 가즈아! 북방으로.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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