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상임위 통과한 법안 심사
상임위위 군림 ‘상원’ 비판
전 부처장관 상대 질의가능
관례로 야당이 법사위원장
與는 법사위 권한축소 시도

▲ 9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을 위한 회동을 마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합의를 못 이루고 회의장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평화와정의 장병완(왼쪽부터)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자 법사위의 역할과 문제점이 덩달아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회법 제37조에 따르면 법사위는 법무부·법제처·감사원·헌법재판소·법원 소관 의안을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법사위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도 담당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탄핵심판 당시 권성동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 국회측 소추위원으로 심판정에 서기도 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최종관문’ 역할도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이 체계·자구 심사 권한의 범위이다.

법사위가 법률에 정해진 체계·자구 심사 범위를 넘어 입법 취지를 훼손할 정도로 법안 내용을 수정하거나 법안을 장기간 계류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상원’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여기에 다른 상임위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관 부처 장관만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할 수 있지만, 법사위는 모든 부처 장관을 불러 현안질의를 할 수 있어 정부를 상대로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지난 2013년 5월 19대 국회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처리 사례는 법사위의 월권 논란의 상징적 사례다.

당시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의결했는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과정에서 과징금 부과기준이 5%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됐고, 환경노동위는 법사위의 월권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소관 상임위가 의결한 법안 내용이 위헌 가능성이나 법리상 문제가 있는 경우, 법사위가 법조문을 수정하거나 삭제·추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특히 법안 내용이 여러 상임위 또는 부처와 중복된 경우 특정 상임위에서 균형 잡힌 심사가 불가능해 법사위 차원에서 이견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17대 국회부터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행처럼 자리 잡은 이후에는 법사위가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견제 장치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은 국회 개혁을 이야기할 때마다 법사위 개선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왔다. 법사위가 정부·여당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에서다.

여야는 이번 협상에서도 법사위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이 법사위를 놓고 강하게 대립하면서 바른미래당이 관례 등에 따라 민주당이 운영위를, 한국당이 법사위를 각각 맡되 법사위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원 구성 협상이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