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외고산 옹기마을에는 비가 올 때면 늘 보이는 풍경이 있다. 이곳을 봐도, 저곳을 봐도 눈의 프레임에 따라 동일한 장면만 지속적으로 보인다. 가마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작은 물방울은 투명한 표면에 닿는 순간 잔파동을 일으키며 퍼져나간다. 뚜껑은 죄다 뒤집혀 있고, 본 몸체의 옹기는 뚜껑을 벗은 채 있다. 제각각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모양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외고산의 옹기는 언제나 속을 밖으로 내밀고 있다. 옹기가 이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모으기 위해서다. 옹기가 빗물받이로도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예로부터 외고산 일대는 물이 부족해 물의 안정적 공급이 어려웠다. 상수도가 공급되기 전에는 우물 길이 멀기도 했거니와 매번 무거운 물을 운반하는 것은 만만찮은 과제였다. 물은 옹기를 생산할 때, 흙을 반죽하거나 잿물을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다.

▲ 빗물받이 옹기

일반적으로 옹기를 비롯한 도자 생산지가 물 공급이 용이한 지역에 형성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도자 전문박물관인 고성의 가마랑옹기박물관이나 강진의 청자박물관이 위치한 곳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외고산 일대는 특이하게도 흙과 같은 자연환경적 요소를 기본으로 형성되다 보니 다른 지역의 옹기마을과 달리 상대적으로 물이 더 귀했다.

근래 지역마다 물이 부족해지면서부터 빗물 저금통이 대두되고 있는 이 시기에 현실적인 모범답안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 바로 외고산 옹기마을이다. 과거에 물을 사용했던 습관이 현재도 남아있어 물을 대하는 소중한 마음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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