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부진으로 활력을 잃기 시작한 울산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지역 3대 주력산업(조선, 자동차, 정유·석유화학)의 동반부진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은 구조조정을 거듭하면서 울산의 실업률을 끌어 올리고 있고, 자동차 또한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며 실적부진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급격한 시장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는 견조한 실적을 보여왔던 정유·석유화학마저 고유가와 원화강세에 흔들리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지역 내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 등 중후장대형 산업 모두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BSI는 2분기보다 18p 하락한 72로 전분기 보다 더 악화됐다. 2015년 2분기(105) 기준치(100)를 넘어선 이후 13분기째 부정적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는데, 16개 시·도 가운데 경남(75)에 이어 두번째로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68), 정유·석유화학(72), 조선(88)의 기업 체감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저성장 국면과 미국의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부과 등 통상압력, 통상임금 소송, 공장 가동률 하락 등 국내외 대형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에서도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고유가와 원화 강세로 부진했던 상반기 실적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산업 리스크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체들은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줄어들고, 석유화학업체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원가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종은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부문이 오는 8월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43개월째 수주실적이 전혀 없어 업황 회복에는 여전히 많은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더 큰 문제는 3분기 이후 상황도 크게 나아질 것이 없다는데 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급격한 고용환경 변화와 환율변동, 유가상승, 금리인상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따른 통상마찰 등 수많은 대내외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차·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도 예고돼 있다. 노사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파업을 앞두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지금의 위기가 글로벌 경기영향보다는 경쟁력 약화라는 내부적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한 탓’이라는 지적이 더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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