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수출입제품에 고관세 부과
무역 마찰이 무역전쟁으로 비화
마찰 심화땐 통화전쟁으로 확전

▲ 권승혁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세계 제 1,2위의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간에 무역분쟁이 ‘무역전쟁(trade war)’으로 비화되고 있다. 5월만 해도 중국이 미국제품의 수입을 확대하고 관세를 인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양국간의 관계는 호전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양국이 340억달러 상당의 상대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치킨 게임’으로 달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앞으로 2000억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정권이 대중국 무역재제에 강경자세를 고수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 미국의 전략적 우위 유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정치적 실적 쌓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2017년 무역적자 규모는 7961억달러인데 이중 대중국 적자가 3752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도 미국이 앞서나갈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미국의 무역제재 조치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제민족주의’나 ‘투키디데스(Thukydides) 함정’ 등도 그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때문에 미국의 중산층이 몰락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이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발상이 밑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기존의 패권국에 신흥세력이 도전하는 하는 경우 충돌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중간 무역마찰이 격화된다면 양국 중 어디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할까? 단기적으로는 수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대미 수출규모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모보다 훨씬 커서 단순히 관세 부과의 영향만 볼 경우 중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 대상은 항공, 산업용 로봇 등 제조업 중심이어서 다른 국가로의 수입선 대체가 가능하다. 반면 중국은 주로 콩, 육류 등 농산물이어서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수입이 쉽지 않고 물가 상승 등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일당 체제인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무역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양국은 관세율 인상을 수단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수출입 제품 가격에는 관세율과 함께 환율도 영향을 미친다. 이론적으로는 중국의 경우 고율의 관세에 따른 영향을 위안화 약세를 통해 상쇄할 수 있다.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발효를 하루 앞두고 중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간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위안화 약세(위안화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되었다. 실제로 금리 인하 발표후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올랐다.

일각에서 무역 마찰이 한층 격화될 경우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 유도 정책이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금유출 가능성과 수입물가 상승 리스크가 확대되는 데다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간의 무역확대는 세계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2000년대 이후 양국간 무역규모의 변화와 세계경제 성장률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고도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 점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규모도 늘어나면서 중국과 아시아간의 경제적 의존관계도 심화되었다. 한국과 대만에서 수입된 반도체 등으로 중국에서 조립된 스마트폰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구조이다. 미중간 무역마찰의 여파가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는 불안과 희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이 높이 드리우는 한편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재 지구촌의 모습이다.

권승혁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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