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독서·운동등 여가생활 워라밸 만끽

 

일부 직장인, 업무량은 그대로…퇴근 처리뒤 업무도
파견근로자, 정직원 퇴근해도 눈치만 상대적 박탈감
공무원법 적용받는 공무원 ‘그림의 떡’ 불만 목소리

“저녁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져 이달부터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직원들이 퇴근해도 파견직원들은 눈치봐야하니 더 쓸쓸합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 열흘이 지난 현재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차가 극명히 나뉘고 있다. 출·퇴근시간이 명확해지면서 저녁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며 워라밸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남의 나라 이야기라며 오히려 눈칫밥에 소외감이 커졌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퇴근 후 여가생활 찾아나서는 직장인들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평소 시간을 내지 못했던 독서나 운동을 하거나, 영화관을 찾아 여가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늘었다.

울산 남구의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최근 평일 저녁시간대에 젊은 학생만큼이나 직장인들의 방문도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자기계발서나 취미관련 서적 판매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의 헬스장 방문도 늘었다. 특히 민간 헬스장뿐 아니라 직장 내 체육시설이 갖춰진 기업에서는 직원들 사이 운동 열풍이 거세다.

울산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에 근무중인 한 직장인은 “일을 핑계로 회사 내 헬스장을 쳐다도 보지 못했다”며 “연장근로 등이 줄어들면서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가장 대중적인 여가활동 중 하나인 영화관 방문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영화관에서도 직장인을 상대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남구의 영화관 관계자는 “최근 주 52시간 근로시간에 발맞춰 매주 평일 오후 7~9시 시간대 영화 예매 시 2000원을 할인해주는 ‘직장인 칼퇴 적응’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기식 대책…처지에 따라 눈칫밥

울산의 한 기업체에 다니는 파견근로자 A씨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 후 상대적 박탈감에 눈칫밥만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회사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PC 강제 오프제를 도입해 실행하고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몇몇 예외를 두는 PC를 두고, 퇴근하지 않고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특히 정직원들이 야근을 하면 파견근로자인 나도 눈치 상 어쩔수 없이 사무실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정직원들은 회사에서 연장근무 수당이라도 챙길 수 있지만 파견직들은 이마저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파견근로자의 근로시간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일하고 있는 사업장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 즉 300인 이상 사업장에 파견된 경우라면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규정보다 직장 분위기에 좌우된다는 반응이다.

정부 정책에 떠밀려 회사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도 있다.

서울본사 소속으로 울산에 순환근무중인 B씨는 “본사에서 출·퇴근 시간을 체크해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도록 하고 있는데, 일은 줄지 않고 근로시간만 줄다보니 현장에서는 시간에 맞춰 퇴근처리만 하고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현장 간부들은 이 사실을 알지만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르는척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법을 적용받는 공무원들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는 그림의 떡이다.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한 주 52시간을 준수할 근거가 없기 때문.

울산의 한 공무원은 “정부가 민간에는 근로시간을 지키라고 하면서 정작 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은 제외된 것은 정부의 일·가정 양립 기조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직사회 내부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이 개진되자 정부도 공무원 주 52시간 근무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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