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면 일부 보직에 대해서는 사람을 바꿀 수밖에 없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일을 수행할 수가 없는 보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방직 공직이나 산하기관장까지 몽땅 측근으로 채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개방직은 도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해서 법적 근거에 의해 만든 중요한 직책이다. 경륜과 전문적 지식, 조직·인력 관리능력, 위기대처 능력, 확고한 비전 등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섣불리 맡겨서는 도시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더 심각하다. 기획조정실 업무보고에서 한 시의원이 “전임 시장이 임명한 산하기관장에 대해 시장님의 지시가 있기 전에 사퇴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몇몇 정치적으로 주어진 자리야 시장이 바뀌면 알아서들 그만두기도 하고 시장측에서 퇴진을 압박하기도 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의원이 업무보고자리에서 집행부에 요구할 일인지는 되짚어보아야 한다. 임기를 보장하고 어렵게 영입한 전문가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한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시장 주변 사람들이다. 정권이 바뀐 만큼, 울산의 미래를 위해 순수하게 선거를 돕고 당선 후엔 깨끗이 물러나는 아름다운 참모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이 어리석은 걸까. 이번 선거결과는 구태를 타파하라는 유권자의 명령이다. 보름도 채 안돼 초심을 잊어버린다면 앞으로 4년이 암담하다.
급성장한 울산은 인재가 부족한 도시다. 정주여건상 인재영입에도 애로가 많다. 한편에선 어렵게 영입한 인재들이 다시 떠나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는 걱정도 새나오고 있다. 좋은 인재를 옳게 쓴다는 것이 널리 알려질 때 비로소 인재들이 찾아온다는데, 자칫 인재들이 찾아오기는커녕 아예 등을 돌리는 도시가 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