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목 암각화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지난 5월 쟝뤽 보브레(JeanLuc Bouvret) 감독의 <코아 전쟁-포르투갈의 교훈(La Bataille du Coa-une lecon portugaise)>이란 영화가 파리에서 개봉됐다.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포즈 코아(Foz Coa)에서 있었던 일을 소재로 삼은 다큐영화이다.

코아 이야기는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르투갈은 유럽연합의 최빈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 인프라 확충의 일환으로 도루(Douro)강 지류 코아계곡에 수력댐에 건설하기로 했다. 이 수력댐은 국가전력의 20% 이상을 생산하고 척박한 토지를 농경지로 개척하는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이즈음 브라가(Braga)에 소재하는 미뉴대학교(University of Minho) 고고학조사팀이 코아계곡에서 암각화를 발견했지만 그 사실은 기밀에 부쳐졌다. 1994년 겨울 전례 없는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아진 계곡에서 암각화가 잇달아 발견되자 포르투갈 사회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댐 공사가 이미 상당히 진행돼 암각화가 곧 수몰될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IPP)는 전력공사에 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코아 전쟁’으로 불리는 전대미문의 유적보존 캠페인이 시작됐다.

▲ 코아에서 유적보존 정책을 말하는 당시 안토니오 구테헤스 총리(Coa Museum).

초등학생들까지 나서 “암각화는 헤엄칠 수 없어요!”라고 적힌 호소문을 들고 캠페인에 참가했다. 국내외 많은 인사들이 코아를 방문했고 유네스코에서는 조사단을 파견했다. 코아 논쟁은 1995년 방송과 신문에서 다룬 가장 큰 이슈였고 세계 주요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사로 대두됐다.

그해 10월 총선에서 새롭게 선출된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現유엔 사무총장) 총리는 11월 댐 공사를 중단하고 고고학공원을 조성해 암각화를 영구히 보존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의 후속조치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댐 건설사무소가 개조돼 방문자를 위한 유적안내소로 개방됐고 전력공사에 댐 건설비 전액을 보상해 주었다.

이듬해 8월 유적관리를 위한 코아고고학공원(PAVC)이, 1997년 4월 포르투갈 전역의 암각화를 연구하는 국립암각화연구센터(CNART)를 설립했다. 1998년 12월 코아계곡의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2010년 7월 암각화를 주제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코아박물관(Coa Museum)을 개관했다. ‘코아 전쟁’은 이미 20년 전에 멈췄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포르투갈의 교훈’을 기억하고 있다.

이상목 암각화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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