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또 맞았다. 매년 되풀이 되는 느낌이지만, 새해만큼은 지난해보다도 만사형통하기를 기대한다. 과연 대망의 2001년의 새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지난해를 회고해 보면, 새 밀레니엄이다 하여 새해의 시작부터 무언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한 해의 종말이 처음과는 너무도 달랐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럴까를 한번쯤 반성해 보아야 한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너무나 큰 뜻을 품고 대박을 꿈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새로운 전기를 맞으면서 늘 희망을 말하곤 한다. 희망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삶의 용기가 없다면, 생활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청소년들에게 야망을 가지도록 용기를 북돋워 준다. 야망은 남 몰래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큰 희망을 일컫는다. 설익은 무리한 욕심을 이루려는 욕망이 아니다. 혼자만의 이익을 탐하고자하는 욕심이 희망이 아니다. 희망은 참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소중한 신념인 것이다. 신념은 곧 믿음이며, 반드시 이루어지고그 성과는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희망인 것이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 우리는 희망을 말하지 않고 욕망을 강조한다. 물론 욕망은 죽음의 반대라는 말도 있다. 무엇인가의 욕심이라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이 없다면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맹자는 "마음 기르는 데는 욕망이 적은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養心莫善於過欲 其爲人也寡欲)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욕망을 끊어라"라고 하고, 도교에서는 "욕망을 줄이라"고 한다. 이렇듯 욕망은 번뇌와 고통의 근원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욕망은 자기만족을 위한 욕구충족의 바램이라는 의미에서 삶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수없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과 욕망을 자주 혼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욕망은 어떤 충격에 대한 감각적인 심리적 반응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가치로운지 또는 의미가 있는 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여러가지 목적이나 가치 가운데에서 욕망은 지극히 단순하고피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 없이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욕망의 부추김에 따라 무슨 행위라도 하게되어 있기 때문에 욕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온갖 부정과 불의가 바로 이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무작정 달리는 삶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고통과 번뇌로 가득차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찍이 미국의 윌리암스의 소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 브랑쉬의 인생에는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브랑쉬는 또 묘지라는 이름의 전차로 갈아타고 이상향을 찾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늘 욕망만이 가득차 밝은 빛을 피하며 어둠의 생활로 욕망충족에만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드디어는 기약없는 외롭고 슬픈 여행을 떠나면서 호사스런 카리브해안으로 휴가를 가는 것처럼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런 삶이 참다운 사람답게 사는 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주관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자칫하면 자기합리화요, 자기가 만든 좁은 세상에서 자기만의 둥지를 틀고 들어앉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한 보다 차원 높은 삶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희망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욕망이라는 낮은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삶을 벗어날 때 힘있게 세상을 살아나갈 수가있는 법이다.  새 달력을 넘기면서 새해 아침에 우리가 꿈꾸는 희망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내려서 과욕과 대박을 버리고 선심과 소박한 꿈을 실은 전차로 바꿔 타는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꿈을 꿀 때, 새해는 우리에게 삶의 용기를 심어줄 것으로 믿는다. (1월2일자) ---------- 알림 2001년 시작과 함께 시사칼럼 필진으로 이상주 전 울산대학교 총장과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이 가세합니다. 한동안 울산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이상주·표혜령씨가 본보의 칼럼을 통해 울산시민들과 다시 만나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종규·탁계석씨는 새해에도 경제와 문화분야의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는 좋은 글을 계속 써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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