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동굴에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17일간 태국 치앙라이주 동굴에 갇혔다가 무사히 구조된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이 동굴에 고립됐을 때의 긴박한 순간과 자신들을 돌봐준 코치의 헌신적인 사연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4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소년들의 부모가 전한 소식을 종합하면 치앙라이주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클럽 소속 11∼16세 소년 12명은 지난 6월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매사이 지구의 탐루엉 동굴을 1시간가량 탐사하기로 했다.

함께 훈련했던 코치 엑까뽄 찬따웡(25)이 동행했다.'

1시간가량 동굴을 둘러보다 나오려는 순간 동굴 내 수로 수위가 갑자기 올라갔다. 밖에 비가 내리는 줄도 몰랐던 소년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때 엑까뽄 코치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소년들에게 동굴 입구에서 밀려드는 물을 막을 벽을 쌓으라고 말하고 수로를 헤엄쳐 탈출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물살이 너무 빨라진 데다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엑까뽄 코치는 소년들과 함께 동굴 안쪽으로 내달렸다.

또 물살을 피해 경사진 바위를 기어올랐는데 더 몸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엑까뽄 코치가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이어 구멍 주변의 진흙과 돌멩이를 치우고 아이들과 함께 가까스로 빠져나간 엑까뽄 코치는 동굴 안쪽으로 더 들어가 입구에서 약 5㎞가량 떨어진 경사지에 자리 잡았다.

본격적인 시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잠시 동굴을 탐사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가져간 음식이라곤 약간의 과자가 전부였다.

이것마저 모두 양보한 엑까뽄 코치는 체력방전을 막기 위해 아이들에게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도록 했다.

아이들이 목마르다고 할 때는 랜턴으로 빗물이 배인 동굴 천장의 종유석을 비춰줬다.

깜깜해 밤낮을 구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3일째쯤 됐을 때부터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워 일부는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엑까뽄 코치는 이런 아이들을 안아주며 안심시켰고, 추위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가 있으면 잠이 들 때까지 안고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차츰 안정을 찾은 소년들은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체온을 유지했고,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두려움을 떨쳐냈다.

이렇게 버티던 소년들은 실종된 지 열흘 만인 지난 2일 영국 전문가들에 의해 발견됐고, 이후 다국적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지난 10일 모두 동굴을 빠져나왔다.

동굴에 갇혀 있는 도중 소년들의 부모에게 보낸 손편지에서 사죄의 뜻을 밝히고 "끝까지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약속했던 엑까뽄 코치는 소년들이 모두 구조된 뒤 마지막으로 동굴에서 나왔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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