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공인(公人)은 일반인에 비해 말이나 행동에 있어 더욱 조심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똑같은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공인의 입에서 나온 말과 일반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가지는 영향력은 천지차이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주민 대표로 선출된 제7대 울산시의원은 엄연한 공인이다. 하지만 언행을 보면 아직 공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 하다.

제7대 시의회가 개원한 뒤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된 공식 석상에서 나온 의원들의 ‘발언’을 한번 짚어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19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 배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앞으로 의사일정은 민주당 의원끼리 하고, 우리(한국당)는 우리끼리 하겠다, 협치는 없을 줄로 안다”고 공식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가 통 크게 양보한다는 의미에서 부의장, 교육위원장 양보했다, 선배답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치를 않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나 의석 비율을 보면 의장단 및 위원장 자리 9개 중 2개를 한국당에 배분하는게 맞지만 이를 ‘통 큰 양보’라고 표현하는게 과연 적절할까.

상임위 회의에선 ‘전임 시장이 임명한 산하·출연기관장들이 현임 시장의 정치 철학과 맞지 않으니 사퇴시켜야 한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고, 자신의 발언 기회를 가로채려는 선배의원에게 ‘당신, 좀 있어요’, 이에 대해 ‘당신이라뇨, 그런 발언 삼가해주세요’ 등 감정 섞인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모든 장면은 시의회 회의록에 공식 기록됐고 영상으로도 생중계됐다. 시의회 인터넷방송에 접속하면 당시 영상을 볼 수 있다. 어느 의원이 주민 대표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의원 완장 자랑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대다.

유권자들이 4년 전과 달리 왜 한국당에서 등을 돌렸는지, 이번에는 왜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공인 다운 자세로 더욱 신중하게,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을 하길 기대해본다.

이왕수 정치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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