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규모는 축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대부분 축제는 무조건 대규모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마니아층이 정해져 있는 특정분야를 콘텐츠로 하는 행사임에도 지나치게 규모를 키워 예산을 낭비하거나,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강제동원을 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게 되는 이유이다.

오는 9월7일 개막예정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올해 3회째다. 울주군수가 바뀌면서 산악영화제의 존폐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올해 영화제를 앞두고 지난해 산악영화제 때 군민들을 강제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무원들이 배정된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경우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한다. 현장에는 경로당 등에서 단체관람을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재미없는 영화를 반강제로 보게된 이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예산을 25억원이나 쏟아부었으니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강제동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축제의 성공을 위해 처음 한두번은 지역주민들을 강제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일종의 마중물로, 동원이라기 보다 참가독려로 이해된다.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발적 참가로 이어지고 주변 사람들을 불러들이게 되면서 성공한 축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산악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일반 대중영화와는 달리 애호가가 한정돼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소개하거나 고산 등정 등의 극한 체험, 휴머니티를 다룬 다큐멘터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미 보다는 감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상영시간도 비교적 짧다. 취향이 맞지 않은 사람을 강제동원해서는 마중물이 아니라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울주군이 산악관광활성화를 위해 캐나다의 밴프산악영화제를 벤치마킹해 마련한 축제다. 올해로 42회를 맞는 밴프산악영화제는 85년 역사를 가진 밴프센터(Banff centre for art and creativity)의 주요 프로그램의 하나다. 알버타대학이 설립한 밴프센터는 우리나라의 국립극장과 같은 시설과 조직을 갖추고 영화제 뿐 아니라 행위예술, 미술, 문학, 산악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행사를 연중 마련, 각각의 마니아들을 끌어모으고 출품작들을 모아 해외로 내보내기도 한다.

산악영화제는 영남알프스라는 관광자원을 가진 울주군이 찾아낸 새로운 문화콘텐츠임에 틀림없다. 다만 대중영화제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에 맞는 전국의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등 전략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강소전문축제로서 강점을 강화해나갈 때 의외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기도 한다. 사단법인까지 만들어 새출발한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변화를 모색, 긴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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