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러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여름을 시원하게 식혀줄 피서지에 마음을 청량하게 하는 책 한 권이 빠질 수 없다. 때마침 국립중앙도서관이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권을 선정발표했다.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80권과 서평전문가의 추천책 20권이다. 전체목록은 도서관 누리집(www.n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학, 심리학, 자기계발, 사회경제, 자연과학, 기술생활과학, 인문예술, 역사지리 등 부문별 추천목록을 살피다보면 올 여름 함께 할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 예술의 사생활-예술가들의 일상을 들여다본 에피소드 모음

◇예술의 사생활(노승림/마티)

예술가들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파편들을 모은 에피소드 모음집. 졸작으로 역사에 가려질 뻔한 작품들이 사소한 계기로 명작으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계산적이었던 관계가 아름다운 우정 또는 로맨스로, 베토벤와 같은 예술가가 신에 버금가는 완벽한 인격체로 승화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가벼운 터치로 짚었다. 여러 문헌들을 살펴볼수록, 처음 완성된 순간부터 명작으로 인정받은 예술품은 생각보다 드물다. 오히려 예술의 아우라 뒤에 감춰진 바로 그 통속성이야말로 작품의 가치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파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 섬에있는 서점-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뒤쫓아가다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루페)

이 소설은 앨리스 섬에 있는 작은 서점 ‘아일랜드 북스’가 주요 배경이다. 책방 주인 피크리는 사고로 아내를 잃은데다 날로 서점 운영이 어려워만 진다. 문학적 탐정소설, 고아가 나오는 어린이책, TV 리얼리티쇼 스타의 대필소설, 뱀파이어물은 서점에 들여놓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의 건조하고 편협된 삶에 놀라운 꾸러미 하나가 도착하면서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방향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책을 둘러싼 세상에 관해 아기자기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비딕, 수용소 군도, 사자와 마녀와 옷장 등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따라 가는 것,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피크리가 쓴 리뷰를 엿보는 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다.

▲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아버지의 마음으로 글을 쓰다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1·2

(김형민/푸른역사)

저자는 1990년대 초 PC통신 하이텔에 온라인 글쓰기를 시작해 ‘산하’라는 닉네임으로 지금까지 활발하는 역사 이야기꾼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순신 이야기는 위인전의 주인공 이야기가 아니다. 거북선을 타고 일본군을 무찌르는 성웅의 모습이 아니라,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아버지의 슬픔, 부하도 무기도 없는 해군 총사령관으로서의 어려움을 들려준다. 6월 항쟁 이야기에서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큰일을 감행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의 앞길을 알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아들과 딸에게 전하고 싶은 아비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

▲ 나의 첫번째 과학 공부-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질문의 만남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

(박재용/행성B)

인간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아주 오래되고 완고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여정을 흥미롭게 펼쳐준다. 주요 과학 분야인 생물학, 천문학, 박물학, 역학의 핵심을 형성하는 중요 개념과 그 개념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알려준다. 그렇지만 이 책이 단순히 과학의 역사에 대해서만 고찰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와 역사 속에 존재해 온 통념과 인식이 과학적 발견과 더불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짚어 주고, 그 변화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묻는다. 흔히 과학은 사유가 부족하고, 인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적 지식 위에 인문학적 질문을 쌓아 올리며, 어떤 한 분야에 눈과 귀를 묶지 않고 다양한 사고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높인다.

▲ 사치의 문화-일·산업·여가 바꾸고 사회적 갈등 일으키는 힘

◇사치의 문화

(질리포베츠키 외/문예)

작은 행복을 위한 작은 사치를 낭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산업의 방향을 바꾸고 기술적 진보를 부르는 사치는 또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치는 일의 목적과 여가의 형태를 바꾸고, 기술의 진보를 부르기도 하며,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데리다, 부르디외 등 68혁명 세대의 철학적 성과를 계승하는 프랑스 소장파 철학자 질 리포베츠키와 폴 세잔 대학의 교수이자 명품 브랜드 연구자인 엘리에트 루 등이 ‘사치’의 의미를 규명한다. 두 저자는 인류학과 경영학을 통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쉬운 ‘사치’의 새로운 의미와 사회적 맥락을 재조명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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