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대표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어느 지방선거 당선인의 각오답게
민선7기, 권한에 앞서 책임 다하길

▲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6·13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 243명과 지방의회의원 3750명이 7월1일부터 임기가 개시되면서 주민들의 새로운 기대 속에 민선 7기가 막을 올렸다. 재선 이상도 있지만 유례없이 초선 당선자가 많아 지방행정과 정치계에 새 바람이 예상된다. 선거 후 모 언론사의 당선자 인터뷰 중 의미있는 말이 있었다. “4년 내내 배우면서 시민의 대표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옆에서 봐 왔기에 이 말이 홍보용 멘트가 아닌 진심이기를 바라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다짐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당사자들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몇가지 제언해 본다.

물론 사회적으로 덕망이 높고 각자의 분야에서도 인정받아 왔기에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만 달라도 문화가 다른데 행정이란 것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오죽하면 정치인으로 성공해서 1990년대 장관까지 지낸 어느 전 국회의원이 장관 퇴임인사를 하면서 “행정이 이렇게 어려운 줄 정말 몰랐다!”고 했을까?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꾸준히 창출해야 하고, 특히 급증하는 온갖 갈등을 해소해야 하기에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먼저 자치단체장의 경우를 보자. 법상 단체장은 단체를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한다. 즉, 통할대표권을 가진다. 그런데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혹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유혹이 아닌 바로 자신의 다른 내면으로부터의 유혹, 즉 치적쌓기 유혹이다. 수요나 재정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치적만 생각해 경전철이나 대형 문화체육시설 등을 건설(립)해 두고 두고 골칫거리가 된 경우를 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책을 결정할 때 최고의 가치는 지역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이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까지 보완하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고, 이왕 정책을 발표한 후에는 과감한 집행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무를 잘 수행하려면 인사(人事)를 잘 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7000년치에 달하는 기업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한 가지 기술’을 30초 이내에 답해 달라고 한다면 ‘적합한 사람을 뽑아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각 직무에 맞는 인재를 배치해야 그 일이 잘 될 것이며, 특히 승진의 경우 공정하지 못하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버려 조직의 발전, 결과적으로 지역의 발전을 이룰 수가 없게 된다. 이 중요한 인사권을 자기의 권한으로만 인식해 남용하다가 감옥생활까지 한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다음, 지방의원의 경우를 보자.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법률격인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와 예산을 의결하고 행정사무 감사·조사 등을 통해서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도와주는 자치단체 양대 축의 하나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 우리 지방의회는 그 역사의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지방자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고 본다.

우선 지방의회의 중요한 권한인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장이야 어렵겠지만 자치단체의 분야별 정책을 파악하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환경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자치법규의 제정 또는 개정안을 발의하고, 집행기관에서 제출될 경우에는 철저한 검토를 통해서 제정·개정에 따른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 예산안 심의나 사무감사 과정에서도 철저한 검토를 통해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권한을 악용해 사익을 챙기다 사법처분을 받은 사례나 질의를 할 때 청문회로 착각해 공무원을 피의자 취급하는 행태 등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15일로 광역시 승격 21주년을 맞은 울산이 민선7기를 계기로 직면한 경제난을 타개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길 전 시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이기원 울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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