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위기론으로 뒤숭숭한 학계에 새해 벽두 반가운 소식이 잇따라 작은 희망이나마 갖게 한다. 우선 올해 학술연구비 지원규모를 지난해보다 100억원 많은 1천300억원으로 책정해 인문학과 기초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교육부의 2001년도 학술연구 지원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특히 기초학문 분야 연구와 이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며 학술연구비 지원과는 별도로 기초학문 육성방안을 수립·발표하는 위원회도 구성된다.  또 하나의 소식은 지난 83년 김방한의 "한국어의 계통"을 첫권으로 낸후 18년간 척박한 국내 인문학·기초연구 분야에 빛과 소금이 되어왔던 대우재단의 학술총서가 500권째 책을 냈다는 것이다. 대우재단은 우리나라에 소외된 기초연구분야가 많다는 현실인식 아래 81년 학술협의회를 세웠으며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급하고 그 성과를책으로 펴내게 한뒤 책을 사주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약 200억원을 지원했다. 기업들이 당장 돈이 되는 공학이나 경영학 등 실용학문 쪽만 지원하거나 산학협동을 하고 인문·기초연구 분야는 외면하는 현실에서 대우의 학술총서 500권 발간은 "최대의 사회기여"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같은 외부의 지원만으로 인문학의 위기가 극복될까? 인문학 위기론은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일정 시기마다 제기돼 왔으나 국내에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인문과학 전공자가 점점 줄어들어 폐과·폐강 사태가 속출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전국 1백여개 대학 인문학 교수들의 모임인 인문학연구소협의회는 지난해 가을 관련 회의를 갖고 정부에 지원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문학자들이 주장하는 이같은 외부적 요인 못지않게 인문학계 내부에도 문제는 있다. 국제 학계에 논쟁다운 논쟁 한번 불러오지 못할만큼 학문적 상상력이 고갈된 것이 우리 인문학계의 수준 아닌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공부를 통해 학문의 수준부터 높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정보의 공유가 가능해짐으로써 철학도 대중화할 수 있다는 뜻에서 "세계화는 철학의 황금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한 미국 철학자 존 설의 말을 우리 인문학자들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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