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불안할수록 ‘종교’와 ‘보험회사’가 잘된다고 한다. 사주나 운세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첫째 이유는 호기심, 둘째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위안. 청년층 10명 중 9명은 1년에 한 번 이상 운세를 본다는 통계도 있다. 매일 ‘오늘의 운세’를 들여다보는 작가도 있다.

김현 작가는 “불확실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이 날마다 주어지는 오늘을 재료 삼아 유의미한 것들을 표출해 낼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핸드폰에는 순위별로 6개의 운세 앱이 깔려 있다. 매일 6개의 앱을 열어 운세를 읽어 내리면서 텍스트들을 추려내고 종합하여 ‘오늘의 운세’를 점친다. 운세에서 데이터에 맞는 이미지를 고르고, 그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곧 텍스트는 이미지가 된다. 표출된 이미지의 색 또한 오늘의 행운의 색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품 ‘운세조형, 2018년 3월24일, 오늘의 운세에서 도출된 이미지를 조합’(26×36cm, 종이에 드로잉, 아크릴 채색)은 3월24일의 자신의 운세에서의 데이터 (1. 몰두하기 보다는 폭 넓게 2. 발걸음마다 경쾌함 3.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니도록 4. 간과 담 5.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에 맞는 이미지들을 찾아 조합한 결과 도출된 이미지이다. 작가는 작업의 데이터 검색을 통해 나온 이미지들을 참고자료로 제시해 주었는데, 작업의 과정을 이해하기가 훨씬 편했다. 관객이 작품과 마주할 때, 작업에 대한 흥을 더욱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가이드북을 곧 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운세가 잘 맞는 것 같냐는 물음에 작가는 “믿음 여부를 떠나, 오늘을 규정하는 매개체로서 운세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무의미의 오늘을 유의미의 결과물로 변환할 수 있기를 작가는 소망한다. 김현 작가의 작품은 오는 23일까지 장생포 창작스튜디오 1층 갤러리 ‘아스타 라 비스따 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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