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근로시간단축까지

노동환경 급변 경영환경 악화

채용·기술개발·사업규모 축소

인력 구조조정도 가속화할듯

“비숙련 외국인과 숙련된 내국인 근로자들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산업용 부품제조 중소기업 A사)

“경영압박이 심해져 신규채용이나 투자를 줄이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일반제조 중소기업 B사)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소재 중소기업 A사는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16.4%) 인상된데 이어 내년도에 또 큰 폭(10.9%)으로 인상되자 앞으로의 경영계획을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하다. 직원 40여명이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며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데, 최저임금의 잇단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노동환경 급변으로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올해 크게 오른 최저임금 탓에 상반기 신규채용 조차 하지 못했다.

향후 수주물량 등을 판단해 하반기에 신규채용을 검토할 예정이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에 이어 또다시 10%대로 크게 인상 결정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에 처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기존 연봉제 직원들의 임금협상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줘 향후 회사 운영 전반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 업체 대표 이 모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직원들도 8% 가량 임금을 인상, 이에 따른 추가 인건비와 4대보험 부담만 월 1500만원에 달한다”면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식대나 의복비 등 다른 부대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이 부분까지 포함하면 추가 지출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최저임금이 내·외국인 할 것없이 일률 적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내국인 근로자들은 숙련도에 따라 차등 임금을 받는데 배해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일한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다면 형평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기존 직원과 연차가 적은 신입 직원간 임금체계가 틀어지면서 이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퇴사하는가 하면 인력 부족으로 수주물량과 기술개발 투자를 줄인 업체도 생겨났다.

울주군 상북면 길천일반산업단지에서 일반기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B사는 최근 3개월 새 전체 직원 가운데 근속 5년 이상의 숙련된 근로자 5명 가량이 퇴사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이 업체는 기존 수주물량도 외주업체에 보냈고, 하반기 추가 수주 물량도 줄어든 인력에 맞춰 대폭 줄일 예정이다.

이 업체 대표 박모씨는 “기존에는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기업 운영의 방침을 성장위주의 경영에 뒀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앞으로는 기업 운영을 이익 위주의 경영으로 끌고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업체는 기업 내 부설연구소까지 운영하며 활발한 기술개발에도 나섰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영압박이 심해지면서, 기술개발 부서의 신규채용을 줄이는 등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울산지역 중소기업계는 최근의 노동환경 급변으로 경영 부담으로 회사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의 10%대 인상은 영세 중소기업체의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데다 주력산업의 장기 침체로 매출하락 등을 피하지 못하면서 실제로 지역 중소기업 가운데 경영 부담으로 공장을 축소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7530원)보다 10.9%(820원)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기준(209시간)으로 환산하면 지난해(157만3770원)보다 17만1380원 오른 174만원이다. 서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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