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에 희망이란 민들레씨 뿌리고파”

2006년부터 3억 기부한 장기 고액 후원자로

31명의 아이들과 결연 맺어 정기 후원 동참

108명 지원 목표로 차근차근 ‘나눔 행보’

▲ 울산 신불사 자비원의 혜성 주지스님은 올해 다섯 번째로 경상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희망명장 캠페인에 참여했다.

울산 신불사 자비원의 혜성(64) 주지스님은 올해 다섯 번째로 경상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희망명장 캠페인에 참여했다.

혜성 스님은 지난 2006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장기 고액 후원자다.

현재까지 후원한 것만 3억원에 달하며 총 31명의 아이들과 결연을 맺어 월마다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그의 목표는 울산지역에 희망이라는 민들레씨를 뿌려 나눔 활동을 널리 알리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을 돕는 것이다.

그는 “지난 1998년에 동구에서 승려가 됐고 절터를 구하러 다니다 지금 위치한 신불사와 인연을 맺었다. 어린이재단은 신불사가 결연을 맺고 있는 복지단체 중 하나다. 처음에는 우리가 직접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봉사팀을 만들어 활동을 했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어 재단을 통해 후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혜성 스님은 현재 어린이재단과 상관 없이 1년에 1번씩 지역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과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그가 유독 아이들을 돕는 데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다.

그는 다섯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열두살 때부터 혼자 자라야 했다. 게다가 소아마비 장애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어 주변으로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다.

혜성 스님은 “불행하게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됐지만 살아오면서 이게 좌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항상 강하게 자라야 된다고 말씀하셨고, 어린 나이에 놀림을 받으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다지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난관과 힘든 과정을 겪으며 가정을 이루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아 살고 있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그만 아들을 잃게 됐다.

혜성 스님은 “힘들게 자랐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컸는데 그러던 중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내 아들은 먼저 보냈지만 어려서부터 혼자 살면서 혼자인 아이들은 살아가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걸 몸소 겪었다. 그래서 내가 의지처가 돼주고 작지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40살이 넘는 나이에 승려가 됐지만 처음부터 혜성 스님은 “힘들더라도 나누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성공해서 돕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혜성 스님은 “순수한 나눔은 풍족한 사람들이 하지 않는다. 순수한 인간미도 풍족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있다. 나눔도, 봉사에도 진심이 느껴진다”며 “우리가 아이들을 돕는다고 해서 단지 주는 사람이 아니고 아이들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받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좋은 인연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도도 없고 처음 승려가 돼서 힘들 때 목표를 세웠다. 108명의 아이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20년동안 31명의 아이들과 결연을 맺었으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이들 돕는 일에 종교는 중요치 않다. 스스로 나눔활동의 민들레씨가 돼 주변에 나눔과 봉사를 알리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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