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지금 제주에서는 국제청소년합창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당연히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오선지에 피아노로 연주하는 서양음악경연대회다. 본래 한국음악은 합창을 하는 하모니 음악이 아니라 선율만 연주하는 음악으로 악기나 노래, 또는 리듬이 강렬하게 표현되는 타악이 많이 연주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가 미국 선교사에 의해 기독교 음악이 소개됐다. 선교 목적으로 찬송가를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레 노래를 가르쳤고,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노래를 가르치고 배우다 보니 합창을 배우게 되었다.

이렇게 서양음악이 유입된 지 겨우 13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 음악의 여러 갈래 중 성악과 합창은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물론 여러 종류의 기악이나 작곡부문에서도 세계적 연주가가 나오긴 하지만 성악이나 합창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열리는 합창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에서 세계합창경연대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세계 합창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제주는 여러 나라의 합창단과 국내에서 출연하는 합창단들로 열기가 뜨겁다. 어린 합창단원들이 자기 표현을 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외국에서 열리는 합창대회에 참석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측은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합창대회에서는 1000여명의 합창단원과 인솔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소리와 마음을 모아 연습한 만큼의 실력을 인정받는 한편 외국에서 온 친구들에게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하고 후의를 베풀며 개최국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참가 어린이들의 이같은 경험은 분명 앞으로 세계시민으로서 그 역할을 넓혀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일부는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서도 합창을 계속해서 국제대학생합창경연대회라든지 성인들의 국제합창경연대회, 더 나아가 국제시니어합창경연대회를 대한민국에서 개최하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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