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2개의 공업탑이 있다. 남구 옥동 공업탑로터리에 ‘원조’ 공업탑이 있고, 남구 무거동 고속도로 입구 신복로터리에 제2공업탑이 있다.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만든 공업탑은 예술성이 높다고는 하기 어려우나 상징성이 워낙 뚜렷해서 지금도 랜드마크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유신탑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제2공업탑은 1973년 현대건설이 울산~언양 고속도로를 준공한 것을 기념해 세웠다. 높이 32m에 이르는 3면의 삼각형 시멘트 구조물이 머리를 맞댄 삼각뿔 형태를 취하고 있다. 3면은 새마을 운동의 정신인 근면·자조·협동을 나타낸다. 당시에는 이 지역이 허허벌판이었기 때문에 유일한 대형 구조물로서 랜드마크로의 기능이 없진 않았겠으나 지금은 그저 지명을 따라 신복로터리에 있는 탑으로 지칭된다.

이 탑을 이전하고 신복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본부 등이 18일 신복로터리 환승센터에서 교통캠페인을 갖고 “신복로터리 탑의 상징성은 이미 퇴락했고 통행량 증가로 교통체증과 사고의 원인이 되는 천덕꾸러기 장애물이 된 지 오래”라며 “교통소통과 사고예방을 위해 평면교차로 설치가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신복로터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다. 오래된 공공시설물은 도시의 기억으로서 그 가치를 지니므로 무작정 철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탑은 입체도로가 설치되면서 사실상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로터리 내부가 비좁은데다 고가도로와 얽혀 도시경관에도 역효과를 내고 있다. 로터리를 회전하는 차량의 시야를 가로막아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고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교통안전공단이 나섰겠는가.

이같은 주장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입체교차로(2001년) 설치를 앞두고 수차례 철거론이 터져 나왔고 1999년 9월 울산시도 여론을 수렴했다. 철거·이전을 지지하는 여론이 훨씬 높았으나 입체교차로 설치로 교통체증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탓인지 여론을 따르지 않았다. 2008년 7월 울산시의회에서도 박순환 전 의원이 서면질의를 통해 “예술적 감흥과는 거리가 멀뿐 아니라 교통체증의 원인이기도 한 신복로터리의 조형물을 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체도로 개설이 무엇보다 절실하지만 난제가 많은 만큼 우선 탑 철거와 평면교차로 설치부터 해야 한다는 박의원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뿐만 아니다. 공중보행로 설치도 본격 검토해야 한다. 공중보행로 설치가 거론되고 있는 공업탑로터리보다 신복로터리의 혼잡도가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차량의 통행량도 많을 뿐 아니라 횡단보도의 연결성도 떨어져 보행자의 불편이 여간 아니다.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신복로터리는 울산의 관문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