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불어닥친 장기불황의 그늘이 짙다. 조선업 부진을 필두로 자동차 등 주력제조업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고용불안이 서민 가계를 덮치고, 급기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들어서만 울산대교에서 투신, 사망한 사람이 5명에 이른다. 공장가동중단, 대량실업, 자영업 부진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경제적 악순환이 원인이다. 사회안전망 부재속에 날로 팍팍해져 가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민낯과 닮아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35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03년 이후 15년째 세계 최고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2016년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25.6명은 OECD 평균(12.1명)의 2배가 넘는다. 자살률이 이 시대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이 적지 않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적 위기와 궤를 같이해 외환위기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1998년 급증하였다는 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03년과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30명 이상으로 증가해 2011년 31.7명까지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자살에 대한 사회적 낙인, 종교적 편견, 사고와 자살 경계의 모호성으로 인해 축소 보고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자살률은 더 높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새 정부는 2017년 출범하며 국정운영 100대 과제 중 44번 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관리 지원’의 세부 내용에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획을 포함했다. 그리고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 행동 계획으로서 자살예방 국가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일회적이고 가시적 자살예방 정책 발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실현과 행동을 위한 정부의 책임성이 중요하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실업자 수는 2만7000여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5000명이 늘었다. 실업률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고용률 또한 59.4%로 부산과 대전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저조했다. 지역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13분기 연속 부정적이다. 극단적 선택이 늘어날까 우려가 크다. 사회적 고통으로 인한 자살은 시대를 반영하는 ‘사회적 타살’이다. 개인에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사회적 이해와 접근 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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