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실외기 뜨거운 열기 노출

구·군, 민원발생때만 계도 나서

관리감독 부실 불법설치 부추겨

▲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 중구 구도심 상가 입구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쉴새없이 뜨거운 열기가 나오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폭염 속 규정을 지키지 않고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보행자들의 짜증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단속은 사실상 전무해 불법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째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후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 식당가·의류점 등 가게 안에는 연일 에어컨을 가동해 냉장고를 방불케했다. 반면 가게 앞에 어김없이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는 쉴 새없이 뜨거운 열기가 뿜어졌다. 35℃가 훌쩍 넘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바람에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점이 촘촘이 모여있는 한 골목 인도 옆에는 실외기 대여섯대가 층층이 쌓여져 위험천만한 모습을 연출했다.

같은 날 중구 성남동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행인이 많이 다니는 인도쪽으로 어김없이 에어컨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었고, 교묘히 방향만 틀어놓은 실외기도 아무런 커버 장치 없이 그대로 열기를 거리 곳곳에 쏟아냈다.

여름철 피서객들이 몰리는 동구 일산해수욕장 일대 상가지역도 매한가지다.

폭염 특보가 연일 지속되며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실외기 바람에 따른 시민 짜증도 배가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가게들이 규정을 어기고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고 있다는데 있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해야한다. 또 인근 건축물의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조치해야한다.

규정이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에어컨 실외기 설치가 관할 기관에 신고 또는 허가 없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규정위반을 단속해야 할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은 규정 위반 에어컨 실외기 불법 설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각 지자체는 설치 규정을 어길 경우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고,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시에는 최대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한다.

하지만 울산 5개 구·군에 확인 결과 단속 자체를 나간 적이 없다는 지자체도 있었고, 민원이 들어오면 계도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자체 단속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에어컨 실외기 규정 위반으로만 단속을 나가기는 단속인력 등이 부족해 사실상 어렵고, 다른 건축법 위반(불법 증축 등) 등의 단속을 나갈 때 둘러보는 정도다”며 “보통 현장을 가게 되면 실외기 방향이 사람을 향하지 않게 위치를 옮기도록 하거나 바람이 위로 올라가도록 플라스틱 커버를 씌워달라고 현지시정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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