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농구팬…평양 저렴한 물가 인상깊어”

▲ 남북통일 여자농구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던 박소흠 울산시체육회 부회장이 평양에서 열린 남북농구 경기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정주영체육관에 1만2000명 만석…정치적 의미 컸던 행사

올 가을에 서울서 열릴 남북통일 농구대회때도 참가 예정

울산 농구인재들 타지역으로 유출 우려 ‘실업팀’ 꼭 필요

15년만에 열린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울산시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소흠 부회장(울산시농구협회 회장)이 우리나라 여자농구단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왔다. 박소흠 부회장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여자농구단장으로 선수단을 인솔했다. 박 부회장은 울산시농구협회 회장은 물론 대한농구협회 부회장과 한국중고농구연맹 회장 등 비농구인 출신으로 농구계의 숱한 중책을 맡고 있다. 19일 박 부회장을 만나 남북통일농구대회를 다녀온 소감, 평양방문 뒷이야기, 대회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통일농구대회에 여자농구단장으로 선임된 배경은?

“울산시농구협회 회장을 17년째 하고 있다. 그때부터 농구계와 인연이 닿았다. 대한농구협회 부회장도 12년째 맡고 있고 한국중고농구연맹 회장도 10년째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여자농구단장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번 통일농구대회때도 단장을 맡게 됐다. 가을에 서울에서 또 한 차례 경기를 하기로 했는데 그때도 참가할 예정이다.”

-평양에 다녀온 소감은?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흐르고 있지만 아직 경직돼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경기가 열린 정주영체육관에 가보니 수용인원이 1만2000명인데 질서정연하게 관중들이 모두 들어차 있었다. 거기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찡했다. 경기도 혼합, 남북경기로 치러졌는데 남한 여자팀이 승리, 북한 남자팀이 각각 승리해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평양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휴대폰도 못가져가게 했고, 3박4일 일정동안 거의 고려호텔에서만 있었다. 차를 타고다니면서 잠깐 밖의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선수단과 관계자는 직항으로 수송기를 타고 갔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받은 게 ID카드였다. 우리는 ‘남북농구단’이라고 적힌 ID카드를 달고 있었는데 받은 아이디카드에는 ‘북남농구단’으로 돼 있었다. 물가는 정말 쌌다. 허재 감독 등 6명이서 호텔 바에서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대동강맥주 16병이랑 소주 2병, 여러가지 안주를 먹었다. 대략 200달러~300달러가 넘게 나올 줄 알았는데 50달러밖에 안나왔다. 화폐는 모두 달러로 계산했다. 고려호텔 안에 면세점도 있고 스카이라운지 바도 다 있었다.”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한 교류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 통일에 대한 열망도 어느 정도 엿본 것 같고 김정은 위원장이 농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농구를 통한 교류가 먼저 이뤄졌던 것 같다. 통일부를 통해서 진행된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치적인 의미가 더 컸다고 본다.”

-아시안게임도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아직 선수단 정리가 안됐지만 아시안게임 여자농구선수단 단장을 맡게될 가능성이 높다. 또 FIBA 월드컵 등 여러 국제대회도 잇따라 열린다. 가을에 서울에서 남북통일농구대회가 또 열리는데 선수단 인솔 준비를 잘해서 남북간 화해협력과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데 농구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울산의 농구발전을 위해 제언한다면

“17년동안 울산시농구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울산에 전국대회를 유치하려고도 해봤고 여자 프로농구 실업팀 유치도 시도해봤는데 잘 안됐다. 울산에 농구 실업팀이 있었는데 전국대회 우승하고 2년만에 해체됐다. 현재 울산대학교에서 여자농구팀 창단 계획이 있는 걸로 안다. 무룡고나 화봉중 등은 전국대회 매년 4강 전력으로 꼽힌다. 지금은 오히려 울산의 우수 인재들을 타 시·도에 뺏길 가능성이 높은게 현실이다. 지역인재의 우수 인재가 유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업팀이 필요하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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