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여름 휴가 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미국의 ‘관세폭탄’과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외부 분위기와 판매량 감소 등 내부 위기론이 교섭에 속도를 내게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균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데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파업만능주의’에 대한 국민적 따가운 시선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내친 김에 26일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휴가전 완전 타결을 이뤄 위기 극복을 위한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급속도로 악화되는 수출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해 경영실적에 연동된 임금인상 및 성과금 수준에서 절충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올해 교섭 최대 쟁점이던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방식 역시 임금을 보전하면서 심야근로를 20분 줄이고 시간당 생산량(UPH)을 0.5대 늘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자 라인별, 차종별 물량의 불균형을 최소화는 방안 등도 노사가 함께 만들어 가기로 했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부품협력사에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물론 조합원들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차를 필두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판매부진에 빠져 있는 작금의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출은 5년 연속 감소했고, 내수 시장은 수입차에 잠식당하고 있다. 과거 10%에 달했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3%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5개 완성차 회사의 생산량 또한 2011년 465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411만대까지 하락했다. 여파는 협력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50개 자동차 부품업체 중에 23개가 1분기에 적자를 낼 정도였으니 전체 업계의 실정이 오죽하겠는가.

설상가상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오는 9월 이전에 25%의 수입차 관세부과 방안을 내 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현실화되면 생산량의 20%를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의 자동차 산업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현대차만 해도 33만 대의 대미 수출이 줄고, 5000~6000명의 정규직 일자리, 2만~3만 명의 부품사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추정치까지 나오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지역경제를 이끌어 온 조선업 부진으로 심각한 경기침체 및 고용위기를 맞고 있는 울산으로서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노조가 찬반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울산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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