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저희(울산시)도 지역의 산업계가 안고 있는 산업폐기물 처리문제와 산업계의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폐기물매립장 신·증설이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다 부서별로도 입장이 달라 고민이 많습니다.”

울산지역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한계에 다다르며 기업체마다 폐기물 처리를 지역내에서 소화하지 못해 인근지역 처리장을 찾아다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본보 보도(7월17일자 1면, 7월19일자 1면) 이후 울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산업폐기물 문제에 대해 시에서도 나 몰라라 하는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적합한 입지조건일 경우 신설 허가를 내주고 증설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허용해 주자는 게 기본적 방침이나, 도시개발과나 환경정책과 등 여타부서에서는 도시미관이나 악취, 대기질문제 등 울산 전체적 도시개발 및 환경문제도 고려할 수 밖에 없어 신·증설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혜시비 논란과 울산에 폐기물매립장이 늘어나게 되면 매립장이 없는 타 지역 기업들의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지역으로 반입될 수도 있다는 점도 시로서는 고민이라는 게 요지다.

실제 울산지역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한계치에 다다른 이유 중 하나가 울산이 아닌 타 지역 기업체들의 폐기물들이 지역으로 반입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는 지금처럼 폐기물 발생량이 많지 않았고 해양투기가 가능했던 과거에는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울산지역만의 물량으로는 충분치 않아 타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였고, 이 결과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제는 지역의 기업들이 전국의 매립장을 찾아 다니게 된 것이다.

경주, 포항, 창원은 그나마 가까운 곳이고, 기업들은 멀리 구미나 광양, 여수까지도 폐기물 처리를 위해 찾아다니고 있다. 온산공단의 한 기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폐기물처리업체가 ‘을’이었다면 이제는 ‘갑’이다. 못 받아준다고 하면 부담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올려줄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산업폐기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뿐더러 비단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 부산은 물론 산업체가 밀집한 도시일수록 산업폐기물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고, 매립비용은 최근 몇년새 크게 증가한데다 올해부터는 ‘자원순환기본법’ 마저 시행됨에 따라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폐기물은 기업활동을 하는데 필수적 부산물이고,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산업활동에 필수조건인 만큼 지자체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무엇보다 대형산업시설이 밀집한 산업도시 울산은 산업폐기물 처리문제가 발등의 떨어진 불과도 같은 시급한 현안이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에 필수적인 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역에 ‘산업폐기물 대란’이 벌어지기 전에 폐기물매립장 신설은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주민 기피시설인데다 신·증설시 민원과 특혜시비, 또 타 지역 폐기물 물량의 울산지역 반입 우려 등에 대한 울산시의 고민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수도를 자부하던 울산이 최근 몇 년새 주력산업의 연쇄 불황으로 인구유출 등이 가속화되면서 향후 도시의 존립기반 마저 크게 흔들릴 우려가 나오는 현실에서 산업폐기물 처리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된다.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