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위기속 노사교섭 속도

기본급 4만5000원 인상 골자

주간연속2교대 방식등 합의

26일 조합원 찬반투표에 관심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미국 트럼프發 ‘관세폭탄’ 우려와 자동차 판매량 감소 등 대내외적 위기론이 이례적으로 노사 교섭에 속도를 내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린 가운데 오는 26일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투표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따라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섭두달 만에 기본급·성과급 규모 및 주간2교대제 방식 의견일치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하언태 부사장(공장장)과 하부영 노조위원장(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1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이밖에 노사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자 라인별, 차종별 물량의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노사가 함께 만들어 가기로 했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품 협력사에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노사는 교섭 최대 쟁점이던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방식과 관련해서도 합의했다.

노사는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에서 1조(오전 6시45~오후 3시30분·식사시간 40분 포함) 근무자가 5분, 2조(오후 3시30~0시30분·식사시간 40분 포함) 근무자가 20분 더 일해서 발생한 총 25분의 연장근무를 없애는 방식을 논의해왔다.

논의 결과 노사는 임금을 보전하면서 2조 심야근로 20분을 줄이고, 대신 시간당 생산량(UPH)을 0.5대 늘리는 것으로 상호 간 한발짝 양보하며 마무리했다.

지난 5월3일 노사 상견례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대내외적 위기 공감에 8년 만 여름휴가 전 잠정합의 이끌어

노사가 여름휴가에 돌입하기 전에 잠정합의를 한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올해 교섭 기간 노조의 2차례 부분파업(매출 차질 2502억원 상당 추산)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 2011년 무파업 이후 최소규모다.

올해 교섭이 예년에 비해 속도감있게 진행된 것은 노사 모두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직후 노조가 직접 논평을 통해 “미국 관세폭탄으로 33만대의 현대차 대미 수출이 줄고, 5000~6000명의 정규직 일자리, 2만~3만명의 부품사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회사에 따르면 미국 수출차 관세 25%가 부과되면 국내공장 수출 물량의 3분의 1인 33만7000대를 판매하지 못해 국내 공장 2~3개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미주지역 판매량은 27만3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고, 중국 판매량 역시 17.1% 줄어든 16만3000여대에 그쳤다. 현대차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와 45.5% 감소한 상황이다. 주가 역시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시가총액은 전체 6위로 밀려났다.

특히 정부가 지난 18일 내수 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현대차가 교섭 장기화 또는 추가 파업할 경우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잖았던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여름휴가 목전에다 대내외적 환경 고려했을 때 가결 기대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조합원 투표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다음날인 27일 조인식과 함께 조합원들은 성과·격려금 등 타결일시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8일부터 사실상 여름휴가에 돌입하게 되는 만큼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조합원을 비롯한 협력사, 지역사회의 휴가 표정도 달라지게 된다.

대내외적으로 현대차는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지적하는 만큼 잠정합의안에 대한 가결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단체교섭의 경우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바 있고, 일부 현장조직들의 부결 운동 등도 예상돼 부결 우려감도 있지만 지난해 교섭 장기화에 따른 파업 등으로 직원 개개인의 임금손실은 물론 회사도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생산차질을 빚는 등 노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가결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 위기 상황에 대해 노사가 공감하며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조기 교섭 타결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위기 극복과 정부 및 소비자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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