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강제 벌금·징역형 유감
형사처벌은 질서위한 최소 규범
사회개혁 수단이 돼서는 곤란해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으로 2018년 대비 10.9% 인상됐다. 여기에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어야 하므로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시간급은 1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와 소상인 10명 중 7명은 내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직원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내년도 인상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OECD국가중 우리나라가 임금수준이 3번째로 높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만약 자영업자나 소상인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근로자를 고용하면 어떻게 될까? 최저임금법 제 28조는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은 병과할 수 있어서 위반시 사용자는 징역3년과 벌금 2000만원으로 한꺼번에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동의해 최저임금 이하로 고용하더라도 그런 조건으로 근로자를 고용, 일을 시킨 자영업자나 소상인은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처단되는 것이고 형사처벌을 받기 싫으면 최저임금이상의 급여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에 의하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추상적 기준만을 정하고 있고, 구체적인 금액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해 의결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 정부 주도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액을 얼마로 정하든 위반시 3년이하의 징역형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정도의 정당성을 가진다고 볼 것인가?

법이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다. 도덕 중에서 최소한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을 법으로 만들어 강제하는 것이란 의미이다. 법규 특히 형사처벌법규는 규범 중에서도 가장 최소한으로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 그쳐야 한다. 법으로 최고의 도덕을 요구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엄벌에 처하도록 법제화한다고 하여 국민들이 모두 도덕군자가 될 수는 없으며 그런 사회가 존속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우리의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다. 형사처벌법규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지 사회를 개혁하려는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러한 시도가 무위에 끝난 사례는 미국의 금주법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청교도적 이상을 실천한 금주법은 미국을 술없는 유토피아로 바꾸었을까? 그 반대다. 국경과 해안을 통해 술이 밀수되고 가정마다 지하실에 증류기를 들이고, 무허가 술집을 양산하는 등으로 술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노동 생산성과 생계비를 고려해 근로자의 노동이 명백히 착취당하는 수준까지 내려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정도의 저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지만 근로자에게 ‘착취’ 수준이 아니라 ‘적정한’ 급여를 주지 않는다고 형사 처벌을 한다는 것은 형사처벌의 최소화라는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더구나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함으로써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는 정책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형사처벌의 정당성의 근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자영업자와 소상인의 대부분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대로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였다고 징역형과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이 법의 정신에 합당한 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법으로 강제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려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자영업자나 소상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액이 결정되어야 한다. 법은 사회적 평균인이 지킬 수 있도록 만들고 운용되어져야 하며 평균적 시민이 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게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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