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신정동 월평성당 뒤편에 자리한 종하체육관은 울산시민들에게 더없이 고마운 문화시설이었다. 종하체육관은 재산가였던 이종하씨가 부지를 기증해 1977년에 지어진 체육관이다. 규모는 대지면적 1만2739.5㎡에 건축면적 1738.77㎡. 별다른 문화공간이 없던 시절, 이름 그대로 체육행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음악회도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정치행사 장소로도 활용됐다. 울산 사람들 치고 종하체육관을 한두번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낡았다고는 하나 종하체육관은 아직도 이용률이 높다.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대규모의 실내공간이 없는 울산의 현실 탓이다. 그러나 주차공간 부족과 시설 낙후에 따른 불편이 여간 아니다. 시설 낙후는 차치하더라도 80면에 불과한 주차공간은 각종 행사 때마다 일대에 교통정체를 가져올만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에 자리한 공공시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재건축 등을 통해 이용률을 높여야 할 적당한 시점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울산시의회 안수일 의원은 서면질의를 통해 “종하체육관을 허물고 종합복지센터를 짓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후된 시설로 인한 불편과 낙후된 주변 지역의 복리증진을 감안하면 안의원의 제안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안의원이 제시한 개선안은 20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과 다목적 강당, 건강검진센터, 작은 도서관을 겸비한 복지센터다. 종하체육관 주변은 오래된 주택들이 빼곡하다. 주민들의 복지시설이 필요해 보이는 지역이다. 이종하 선생의 유족들도 목적과 수명을 다한 종하체육관이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허락을 했다고 한다.

다만 역사성이 담겨 있는 오래된 건축물을 함부로 헐어버리는 것이 옳은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종하체육관이라는 이름도 울산사람들에게는 역사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든가 주변환경을 헤친다든가라는 당연히 허물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를 우선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허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의 의견,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잘 버무려서 고 이종하씨의 유지를 받들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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