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 중국 조선사의 단가 후려치기 등 각종 악재에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에 절망감이 느껴진다. 생사를 건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도 사사건건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노사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되더라도 국가·국민이 반드시 구제해 줄 것이라는 ‘대마불사론’에 기대어 ‘노사상생’을 바라는 국민적 여론을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국가와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기업이 ‘공존’이 아니 ‘공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하루 평균 83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과 공정 차질을 빚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사내 소식지를 통해 “가공 소조립1부 등 3개 부서에서 노조의 물류 흐름 방해로 지금까지 총 22개의 블록 반출을 못해 전체공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됐다”며 “하루 평균 매출 손실이 83억5000만원에다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못 맞추면 하루 10억원의 지체보상금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또 “지난 19일 밤 파업 참가자들이 생산부서 당직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보안팀 직원이 다치기도 했다”며 “천막을 불법으로 설치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시비를 거는 등 일터를 싸움터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사측 보안대가 농성장 주변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는 등 파업 참가자들을 먼저 자극했고 몸싸움 과정에서 노조 간부 역시 다쳤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또 지난 19일부터 이어온 파업을 24일까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난항을 겪자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 중이다. 약 두달여 간 이뤄진 임단협은 노사 양측의 의견차로 인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 자기계발비 10시간분 추가 지급 등 약 30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동결과 경영 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안을 제시했다. 다음 달 가동 중단을 앞둔 해양사업부 유휴인력에 대해 무급휴직도 제시했다. 노사 양측이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보릿고개’로 표현되는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사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힘겨루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정도이다.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 올해 2분기 17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고 23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2천337억원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3조1244억원으로 26.4%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가 선박을 만드는데 쓰이는 후판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노사가 어떻게 벗어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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