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절벽’ 심각한 조선업

적자심화 우려 유보 요구

철강업 “대내외 환경 악화”

가격인상 불가피함 강조

‘일감절벽’에 부딪힌 조선업계와 ‘통상압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업계가 후판가격 인상을 놓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외줄타기 협상에 들어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올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반기(6개월)마다 개별적으로 후판 가격 협상을 하는데, 철강업계는 조선업계 불황을 감안해 후판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오다가 4년여 만인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을 연거푸 인상했다.

조선업계는 “조선사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후판가격 인상을 유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하반기에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최근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의 통상압박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현재 국내 후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후판가격은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 당시 t당 100만원을 웃돌다가 2015년 이후 t당 50만원 선으로 반 토막 났고, 작년부터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t당 60만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t당 78만원인 일반 시장용 후판가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또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대내외적 여건도 악화된 것도 철강업계가 가격인상을 주장하는 요인이다. 최근 EU가 23개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잠정 발동하는 등 미국에서 촉발된 고관세 통상압박이 확산해 철강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상무부는 이날 한국을 포함한 4개국 철강제품(철강 스테인리스 빌렛과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제품에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계는 매출액 감소와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마저 오르면 올해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후판 1t당 5만원이 오른다면 산술적으로 올해만 약 3000억원의 원가 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며,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사의 적자 심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창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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