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1학기가 무사히 끝났다. 이즈음 학교는 학생과 교사에게 잠시의 쉼을 선사한다. 바로 여름방학이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1학기 성적표를 받아들고 집으로 가 한 학기를 되돌아보듯 나 역시 오늘 방학 첫날을 맞아 나의 1학기 한문 수업을 되돌아본다.

이번 1학기는 그 유명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해보았다. 경기도 송승훈 선생님의 연수를 들었던 3년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수업이다. 그리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권장하면서 최근에 가장 핫한 수업이기도 하다. 어설픈 초보지만 나의 독서지도 경험과 연수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디뎌 보았다. ‘모든 성공한 수업은 실패한 수업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으로 나를 다독이며.

지난해 학교의 도서구입비로 교과연계도서 4권씩 16종을 구입했다. 도서 목록은 당연히 한문 교과 지식을 독서를 통해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로 다분히 교사의 개인적 관점이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고전 소설 <주생전>, 너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운영전>, 인간 이순신의 고뇌를 만날 수 있는 <칼의 노래>, 판소리계 소설을 더욱 맛깔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조선의 최고 예술 판소리>, 한문 문학의 백미인 한시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와 <한자와 파자>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삼국유사> <만화로 보는 노자 도덕경>이 나의 선택이었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가장 읽고 싶은 책을 4순위까지 정하고 그 책을 읽고 싶은 이유부터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주일 2시간인 한문 수업에서 총 4주에 걸쳐서 8차시 동안 진행했다. 사실상 진도를 포기해야 가능한(?) 수업이다. 1차시는 모둠을 구성하고, 2차시는 모둠별로 책을 선정했다. 3차시부터 7차시까지는 인상 깊은 부분, 기억할 문장, 새로 안 내용, 생각할 내용과 그 이유를 쓰는 미션을 주고 20분간 일정한 분량의 책을 읽는다. 다음 20분간은 읽은 부분 중 미션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통해 그 날 가장 인상적인 내용을 반 전체와 공유하기 위해 종이에 쓰고 모둠별 30초간 발표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마지막 8차시는 컴퓨터실로 가서 이 모든 활동을 제시한 형식에 맞춰 보고서를 만든다.

기한에 맞춰 내 책상에 올려놓은 완성된 보고서는 내가 한 수업보다 더 훌륭한 것이었다. 보고서는 책소개, 활동소개, 책 대화, 개인별독후감, 수업소감, 수업 활동지, 보고서 후기를 모두 모은 것으로 6월동안 아이들이 한 것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독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그 어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냥 보고서 자체가 독서 교육의 존재 이유를 오롯이 말하고 있었다. 아마 보고서를 만들면서 학생들 스스로도 느꼈으리라!

“독서는 읽는 것이 끝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풀어나가는 부분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덕경>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된 느낌. 이런 것을 두고 진짜 ‘공부’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저 옛날 글자일 뿐이던 한자가 사실은 옛 선조들의 지혜와 생각이 듬뿍 담겨 있는 문화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2학기에도 나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시즌2는 계속될 것 같다.

양수진 울산중앙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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