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의 은퇴가 재계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고경영자로서는 한창 나이인 60대 중반에 벤처업계 선두주자의 자리를 털고 은퇴해 버렸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켰고, 특히 2세 승계가 아닌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넘겨준 점이 "아름다운 은퇴"로 비쳐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다 소진한 뒤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덤속에 들어가서도 자식 손자들의 영화를 보겠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의 은퇴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관행이 그만큼 보편화돼있다는 반증이다. 요즘은 종교계에서까지 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판이니 정씨의 경우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세태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정씨의 은퇴소식이 우리에게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정작 정씨에 대한 평가는 그러나, 몇 년이 더 지난 후에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같다. 그가 밝힌 재산의 사회환원 방식이 또한 특이하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재산의 사회환원에 대해 "일회적이거나 소모적 자선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자선과 기부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재산을 사회에환원하더라도 그 재산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계속 노력하겠다는 얘기다. 그의 약속대로 이뤄질 경우 재산의 사회환원 방식에서도 정씨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인으로서, 특히 한때는 가족 동반자살까지 생각했던 어려운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최후까지 경영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모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씨의 경우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자칭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나 막대한 부를 짊어진채 주체하지 못하는 재벌들이 특히 잘 소화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질 높은삶"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우리 조상들이 권력과 부의 한계에 관해 꿰뚫고 만들어 놓은 "권불 10년" "부자 3대 못 간다"는 등의 속담도 있지 않은가. 정씨 재산의 사회환원도, 그의 뜻대로 "사회환원의 경영"에 성공해 과거 누구의 경우보다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정씨의 벤처정신이 우리 사회의 소프트웨어를 혁신하는데 지속적으로 기여해 발전의 원동력이 돼 줄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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