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집단대응 주목

주력산업 부진 시름에다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더 버티기 힘들다” 호소

급변하는 정부정책 비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16.5%)에 이어 또다시 두자릿수(10.4%) 인상되면서 울산지역 중소기업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해 주목된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이후 편의점업계 등 소상공인연합회 차원에서 ‘불복종 투쟁’을 선언한 적은 있으나 이들과 달리 정부의 직접적인 눈치를 받을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계에서 ‘불복종’이 거론된 것은 울산이 처음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울산중소기업협회(회장 고원준)는 24일 울산경제진흥원에서 열린 7월 정기이사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현안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 ‘최저임금 불복종’을 포함해 협회차원에서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지역별 중기단체와 연계, 공동대처하기로 했다.

울산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기업은 대처할 방법이 없다. 정부가 최저임금과 관련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기업이 낸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밖에 안된다”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마지막 선택으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불복종’을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북구 효문동 특수케이블·변압기 생산업체인 디에스아이 김진곤 대표는 “대기업 협력업체가 대다수인 울산지역 중소기업들은 설계 오류·사양 변경 등으로 긴급 발주가 들어오면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가동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겹치면 한정된 인력으로 물량을 처리할 수 없다. 결국 폐업하란 얘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고원준 울산중소기업협회장은 장기 경영계획 수립이 어려운 지역영세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급변하는 노동정책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최소한의 속도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회장은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 근로자와 차등해 별도의 임금체계를 두고,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업종도 제한하고 있다”면서 “울산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해 이런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일주 울산중기협 수석부회장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등없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외국인 노동자들 배만 불릴 뿐이다”면서 “정부의 이런 정책은 소득주도의 경제살리기가 아니라 국내 일자리를 해외에 내다 파는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내·외국인 근로자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도 쏟아졌다.

울산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편의점업계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기업계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울산지역 협회차원에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플래카드를 걸고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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