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전현대차그룹 기획실, 품질본부 차장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 노조는 이익 단체의 하나로 노동자의 복지 등 여러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주주 및 부품업체, 소비자, 금융권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 중 노동조합의 역할만 강화된다면 다른 이해관계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즉, 노동조합이 시장이 정한 이상의 보상을 요구할 경우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균형이 무너져 결국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시장이 정한 보상과 배분을 놓고 매년 현대자동차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수많은 관리자와 조직이 협상 준비를 위해 실제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 시간을 뺏기고, 그 결과 모두가 다 같이 늪에 빠지고 만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와이먼의 ‘하버 리포트’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데 26.8시간(2014년 6월 발표)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14.7시간인 미국의 2배, 러시아(16.2시간), 중국(17.7시간)보다도 훨씬 많다. 물론 노동조합의 순기능도 분명하다. 노동조합이 있으므로 해고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직원들은 회사 생활에 대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고,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우리의 바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30년간 이어져 온 현대자동차만의 고약한 노사문화의 고리를 끊고, 원래의 좋은 취지대로 노의 권익을 지키되, 사와 화합하는 문화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첫번째는 기준과 원칙의 준수에 있다. 제품이 안 팔리고 수익이 감소하면 회사는 파산하고, 그 구성원들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채권자들 등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잘못된 시그널로 기업을 존속시키다 보니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없어지지 않을 기업이라는 착각이 팽배한 듯한데,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회사도 매번 교섭 타결을 위해 원칙을 스스로 주저하는 일을 반복하지 말아야한다.

두번째는 단체교섭 주기의 변화다. 현재 임금협상은 매년, 복지를 포함한 단체교섭은 2년마다 시행하다 보니 연중 협상과 협상 결렬 시 파업의 연결고리가 발생한다. 임금협상은 물가상승률이나 실적을 감안해 매년한다고 해도, 단체협상은 독일의 3~10년, 미국의 4년, 일본의 3년을 벤치마킹 해볼 필요가 있다. 또 파업을 위한 노조의 찬반 역시 독일이 전체 조합의원 75% 이상, 미국은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인 반면 현대자동차는 과반 이상의 찬성에도 파업을 결의할 수 있는 점도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노와 사가 대승적인 결단을 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회사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나 비전의 제시보다 판매나 영업이익률 감소 등 부정적인 지표들만 보여주니, 직원 스스로 침몰하는 배에 올라 탄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소식지를 통해 미래가 불안하다고만 하면 과연 누가 회사에 남아 열심히 일할지 의문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당차게 하자는 의도였을테지만, 부정적인 지표들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노사관계에 있어 쌍방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존재하는 한 없어서는 안될 건전한 감시자이고 파트너다.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아닌, 조합원의 이익과 대기업 노동조합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먼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다 보면 현대차 울산공장도 지난 2017년 10월을 끝으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 GM홀덴 호주공장처럼 되지말라는 법은 없다. IMF를 경험한 회사 선배들이 자주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현대차 구성원인 노와 사가 하나로 뭉치고, 국민이 도와줘 IMF시절을 슬기롭게 졸업했다’는 것이다. 저력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단지 그것이 하나로 뭉치지 못해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 서로 화합을 통해 그 힘을 잘 이끌어내고 활용해 위기의 극복은 물론이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탑 브랜드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전현대차그룹 기획실, 품질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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