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에 전기수출 위해
수력발전소 54개 추가로 건설
부작용 우려에도 정책 강행
위험요인 일부 현실로 터져
댐붕괴로 6개마을 초토화
사망 최소70명·실종 200명이상

24일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댐 보조댐 사고 피해와 관련, 사망자가 최소 70명이라는 인접국 베트남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25일 베트남 재난대응수색구조위원회를 인용해 라오스 댐 붕괴로 최소 70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오후 8시께(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 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보조댐이 무너져 50억㎥의 물이 보조댐 아래 6개 마을에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로 인해 사망자 및 실종자와 함께 1300가구, 약 6600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재난당국은 군인과 경찰, 소방대원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구조 및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시공사인 SK건설은 사고소식을 접한 직후 현지와 서울 본사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고 상황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큰 댐이 무너진 게 아니라 주변에 둑처럼 만든 보조댐이 넘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설치한 ‘세피안·세남노이댐’ 본댐과 함께 물을 가둘 목적으로 주변에 둑처럼 짓는 5개 보조댐 중 1개가 범람했다는 것이다.

SK건설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평소의 3배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보조댐 1개가 범람했다”며 “범람한 물이 하류까지 내려가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댐에 균열이 갔고 물이 흘러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라오스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고는 메콩 강 유역에 많은 수력발전소를 짓고 인근 국가에 전기를 수출하는 라오스 정부의 이른바 ‘동남아 배터리’ 계획에 내포된 위험 요인 중 일부가 현실화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국경을 맞댄 라오스는 동남아시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메콩 강에 다수의 댐을 짓고,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출한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실행해왔다.

특히 지난 1993년 서쪽 국경을 맞댄 태국에 1500㎿의 전력을 수출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라오스는 지금까지 모두 46개의 수력발전소를 지어 가동하고 있다.

산업이 낙후한 탓에 마땅한 수출 품목이 없는 라오스에 전력은 수출 효자 상품이다. 가동 중인 46개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3분의 2가량이 수출되는데 이는 라오스 전체 수출의 30%에 육박한다.

또 라오스는 오는 2020년까지 54개의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라오스의 전력 생산량은 현재의 2배 규모인 2만8000㎿로 늘어난다.

하지만 메콩 강 유역에 집중된 라오스의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남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 강 물줄기를 막을 경우 예상되는 하류 지역 농업과 내수면 어업 차질은 물론, 난개발에 따른 생태계 훼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또 전문가들은 댐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류 및 하류 지역 홍수 등 안전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한편 우리 정부는 사고 소식이 전해진 24일 저녁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고, 신성순 주라오스 대사를 중심으로 현지 진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는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 정부는 25일 오전에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방콕·베트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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