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골목상권 살리는 청년문화기획자들

2017년 5월 기준 국내 외식업체수는 약 52만개다. 업체수로 산정하면 그 전 해에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외식산업 전체 규모는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중 특별한 기술 없이도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외식업 프랜차이즈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이 증가했는데, 대부분 골목 상권이 포화상태 임에도 전국의 치킨·피자·커피 등 외식업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10만7000여개(2016년)를 기록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 곳곳 골목길에도 매일 새로운 업체가 생기거나, 기존 업체가 새로운 메뉴를 출시한다. 이미 시작된 경쟁을 외면할 수 없는데 찾아오는 손님은 점점 줄어든다. 이 작은 상점들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그 해답을 수년 전 서울에서 찾아봤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는 지난 2014~2016년 서울의 주요 25개 상권을 조사해 연평균 신용카드 이용금액 증감률을 집계했다. 그 결과 이 기간 신용카드 이용금액 증가율이 높았던 지역 1~5위는 용산구청(녹사평역 인근), 홍익대, 삼청동, 경리단길, 서울대입구역 등 모두 골목상권이 형성된 곳들이었다.

이는 골목길의 콘텐츠 매력도에 따라 흥행의 정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왜 골목상권이 뜨는 걸까. 젊은 청년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공간을 찾아 도심지 외곽에 모여 SNS에 올라가기 좋은 이색적이고 트렌디한 가게를 만들게 되고, 소비자들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비트렌드를 즐기려 자신이 운영하는, 즉 SNS계정에 올리며 공유하기 좋은 가게들을 찾게 된다.

골목상권에 대한 SNS 해시태그 증가 역시 골목상권의 성장세를 반증하는 것이다.

또다른 사례로 장진우 거리가 있다. 경리단길을 개척해 유명해진 ‘장진우 식당’은 원래 개인 작업실이었는데, 친구들을 모아 요리를 대접하다 보니 어느덧 식당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것을 기점으로 이태원 경리단 길에는 장진우씨가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면서 일명 ‘장진우 거리’로 아예 이름이 바뀌었다. ‘장진우 식당’은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어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식사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고 새로운 분위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메뉴는 그 날에 따라 달라지지만 SNS를 통해 미리 메뉴를 확인 할 수 있다.

골목상권과 기획자는 악어와 악어새다.

모종린 교수의 골목길 자본론처럼 소상공인에게 기획자의 책임은 막중하며, 복고 아이템이 단순 유행을 넘어 문화로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 및 골목길도 문화산업이 성장하는 기반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따라서 흥행하는 상권의 핵심은 창의력으로 무장하여 이색적인 지역 스타업체를 육성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스타 플레이어들은 거리의 명물화를 이끄는 마중물이다. 이들을 육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획자가 있다면, 거리 흥행의 1등 공신이 될 것이다.

울산의 골목길 흥행을 위한 기획자의 역할을 나름 정리해 본다.

첫째는 음식의 맛, 서비스 등 해당분야에 경험 많은 기획자가 직접 주도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이다.

둘째, 기획자가 특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접목된 창의적인 콘텐츠를 골목과 음식점에 입혀주는 것이다.

셋째는 기획자의 말에 순순히 따라올 수 있는 예비 스타플레이어들을 모으는 것이다.

골목문화기획자라는 단어조차 울산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무한경쟁시대에 꼭 필요한 직업군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직업들이 하루빨리 세상에 나오길 기대한다.

홍지윤 청춘문화기획단장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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