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미협 주최 국제교류전

기획력·주제 부재 매년 지적

양국 문화교류 시너지 무색

사업비 대부분 市 후원금

예산 낭비 비난 목소리도

▲ 25일 울산문화예술회관(1~4전시장)에서 개막한 2018 한중미술교류전을 찾은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예술장르의 경계가 무너지고, 하루가 다르게 신진의 작품들이 쏟아진다. 세계 유수의 문화도시 만큼은 아니지만, 울산 역시 최근 수년 사이 새로운 문화사업이 펼쳐지는 등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의 기대만큼 다른 한편으론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위기감도 감돈다.

25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한 2018 한중미술교류전은 이같은 변화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빗겨간 듯 23년째 기존 방식과 내용을 답습하고 있었다. 한중미술교류전은 24년 전 울산과 중국 장춘시가 자매결연을 맺자 이를 기념하는 민간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출발해 오늘에 이르렀다. 두 도시를 오가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비교하며 문화가 더욱 성숙해지도록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한중미술교류전은 문예계는 물론 시민들로부터 더이상 관심을 끌지 못한다. 주최기관인 울산미술협회는 협회원들의 작품들을 가져와 전시공간 벽면에 일렬로 배치했다. 그 옆에는 장춘에서 보내준 미술품을 똑같이 나열했다. 135명의 울산작가 작품은 울산예술제를 비롯해 연중 치러지는 회원전이나 분과전과 흡사하다. 교류라는 명목 아래 중국에서 건너온 미술작품 역시 서예와 문인화에 국한되는 예년의 방식을 답습했다.

지역사회에서는 당연히 ‘가 봐야 볼 것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원들의 익숙한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것이 뻔한데다 지역미술에 동기부여가 될만한 중국발(發) 혁신적 현대미술 기법이 선보일 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전통서화작품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첨단과 혁신의 문화예술에 주제나 기획력이 부재한 행태로 20여년째 비슷한 전시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다. 시대변화의 요구에도 역부족이고, 예산낭비라는 비난에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이는 역대 집행부와 회원에 이르기까지 울산미협 내부에서 알만한 사람은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공적자금을 받아 울산미협이 추진하는 유일의 국제교류전이 수십년째 제자리걸음만 하는데는 사업비의 대부분을 울산시의 지원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애초 신청 사업과 다른 시도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여년을 이어왔건만 사업비가 늘지않고 그대로인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울산과의 자매우호협력도시는 중국 장춘 이외에도 전 대륙에 걸쳐 14개국 19개 도시나 된다. 한 도시와의 미술교류에서 나올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지난 20년을 이어왔으니 공식적인 행사를 통하지 않아도 장춘과의 교류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아니면 기존의 한중교류는 서예 및 문인화 부문으로 아예 집중시키고, 현대미술 위주의 새로운 해외교류방안을 찾는 것도 방법이겠다. 더불어 울산지역 최대의 미술인단체인만큼 대시민 행사의 기획력(큐레이팅)을 강화해 시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방안 또한 강구해야 할 것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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