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통학차량 질식사고
센서설치등 미시적 대응책보다는
근본적 사회서비스 질적 제고 필요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매일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서 안전의식을 일깨워 주고 있지만 피해 또한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 폭염에 안전불감증까지 더해지면서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있었다.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네살 어린이가 7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숨진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소식에 말문이 막히고 유가족의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조차 어렵다. 그런데 이 같은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게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이전에도 유사사고가 계속돼 왔지만 안전의식과 제도적 안전장치는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어 보인다. 2005년 6월 경남 진주와 2011년 8월 경남 함안에서도 어린이 통학버스 질식사고가 있었고 2016년 7월 광주광역시의 한 유치원버스에 7시간 이상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최모(당시 4세)군은 지금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다. 이번 동두천 사고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유는 7월4일 경남 의령에서 외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위해 승용차 뒷좌석에 태우고 나섰다가 아이를 태운 사실을 깜박하고 차량에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사고가 있은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2017년 10월 미국령 괌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인 판사 부부의 자녀방치 사건도 있었다. 부부는 주차된 차량에 두 아이들을 둔 채 잠시 쇼핑을 하고 있었고 당시 주차된 차에 방치된 아이를 구조하고 뒤이어 나타나는 보호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뉴스장면은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할 그 어떤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고 사고는 재발됐다. 최근 저출산이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져 경제위기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연금 및 사회보장정책을 뿌리 채 뒤흔들고 나아가 국가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앞 다투어 다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 시점에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사회서비스인 보육서비스가 이렇게 불안해서야 될 일인가?

통학버스 질식사고 문제의 원인을 좁게 보면 해당 사고와 관련된 인솔보육교사, 담임교사, 버스기사 등 개인의 업무태만과 자질문제로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서비스 질적 저하요인이 근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면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등의 양성에 있어 정규대학의 교육과정보다 최소화된 교육과정을 편성한 사이버 교육은 손쉽게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는 전문가로서의 소양과 자질을 키우는데 충분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사회서비스 전문 인력의 열악한 처우와 근로여건은 좋은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장기근속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보육교사 1인당 보육 대상 인원이 많아 업무하중이 높은 문제와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도의 허점 등 그 원인도 다양하다. 통학버스 질식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통학차량의 전체 좌석 확인 후 엔진을 정지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통학차량 선팅금지, 좌석센서 설치로 잔류아동 확인 등 아이디어들도 다양하다. 이와 같은 미시적 해결 방법도 빠르게 도입 해 추가 사고를 예방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기회에 사회서비스의 전반적 여건개선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울산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지역에 민선7기 지방정부가 출범했다. 기존 정치인들을 대신하는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새로 들어선 지방정부는 이번 기회에 중앙정부와 협력해 근본적으로 사회서비스 전반의 질적 저하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때마침 보육서비스, 장기요양서비스, 돌봄과 케어 서비스를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책임있게 운영할 17개 광역자치단체 산하의 공공 사회복지서비스를 총괄하는 법령인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계류 중이다. 법령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에 사회서비스원이 설치될 것이다. 터무니없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공공사회서비스원의 설치가 시급해 보인다. 이 것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며, 다시는 그와 같은 비상식적이고 허망하기 짝이 없는 비극적 사고를 없애는 이 시대의 과제인 것이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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