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막대한 인명피해 따른 反정부 기류 차단 의도"

[경상일보 = 연합뉴스 ]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수력발전댐의 보조댐 사고 여파로 발생한 사망자 숫자를 놓고 라오스 당국의 발표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특히 27명까지 늘어났던 사망자 수가 28일에 가서는 5명이라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와 의도적으로 숫자를 축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고는 지난 23일 오후 10시께(현지시간) 라오스 남부 아타프 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에서 발생했다.

    폭우로 보조댐 상부가 유실돼 5억㎥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아랫마을 13곳이 수몰되거나 침수돼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라오스 처참한 수마의 흔적 [연합뉴스 자료 사진]
 

    사고 소식은 지난 24일 라오스통신(KPL)의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첫날은 사망자가 다수라고만 발표됐다.

    이어 25일 인접국인 베트남의 한 언론이 사망자가 적어도 70명이라고 구체적인 사망자 수를 처음 언급했고, 같은 날 현지 매체는 1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 수가 늘었고, KPL은 26일 사망자 27명, 실종자 131명, 이재민 3천6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7일부터 이상한 조짐을 보였다. 이날 현지 매체 라오스 타임스는 KPL을 출처로 밝히며 공식 사망자가 4명이라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아타프 주의 한 고위 인사는 숨진 사람이 6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타프 주지사는 "지금까지 발표된 사망자 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며 이번 홍수로 숨진 사람은 5명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28일 현지 매체인 비엔티안 타임스는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어제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돼 전체 사망자가 5명이 됐으며 실종자는 약 126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현지 언론이 보도했거나 라오스 당국자가 밝힌 이번 사고 사망자 수는 27명에서 정점을 찍고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현지 주민이나 수몰 지역 생존자들은 라오스 당국이 최대치로 발표한 사망자 수 27명도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역 주민들은 사망자가 30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많은 수력발전소를 지어 인근 국가에 전기를 수출하는 이른바 '동남아 배터리' 계획에 차질을 우려한 라오스 정부가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인명피해에 따른 반정부 기류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근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동남아 배터리 계획에 대해 "내륙국가인 라오스 정부가 (물)바다를 만들려고 댐 건설을 추진한다"는 조롱이 확산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라오스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한 외신 기자의 취재를 공식적으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산업이 낙후한 탓에 마땅한 수출 품목이 없는 라오스에 전력은 수출 효자 상품이다. 가동 중인 46개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3분의 2가량이 수출되는데 이는 라오스 전체 수출의 30%에 육박한다.

    또 라오스는 오는 2020년까지 54개의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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