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강제 해산하고...언론에는 재갈 물려
사실상 여당 승리 여건 조성
비민주적 선거 비판 쏟아져

캄보디아가 33년간 권좌를 유지해온 훈센 총리의 집권 연장 여부를 결정할 총선에 돌입했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전국 약 2만2967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총선 투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권자 약 800만명이 참여하는 이번 총선에는 훈센이 이끄는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과 19개의 군소·신생 야당 등 모두 20개 정당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외형상 민주적인 총선이지만 실제로는 여당의 승리가 불을 보듯 뻔한 비민주적인 엉터리 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1985년부터 33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해온 훈센이 제1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서 사실상 총선 승리 여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강제 해산하고 소속 의원들의 정치 참여를 금지했다. CNRP가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는 것이 명목상 이유였지만, 실상은 최근 선거에서 여당을 위협할 만한 위력을 보인 CNRP를 제거하려는 속셈이었다.

또 훈센은 지난해 9월 비판적인 신문인 캄보디아 데일리에 ‘세금 폭탄’을 던져 폐간을 유도했다. 마지막 비판성향 언론으로 꼽혔던 프놈펜 포스트도 올해 들어 세금 폭탄을 맞고 친정부 인사에게 팔렸다.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정부는 총선을 하루 앞둔 28일부터 17개 독립 언론사의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투표는 오후 3시에 종료되며 결과의 윤곽은 이날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변이 없다면 ‘세계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가진 훈센은 5년 더 권좌를 누리게 되고, 최장기 집권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CPP도 집권 기간을 5년 늘리게 된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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