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으로 300년간 번영 지킨 최부잣집
오늘날 대기업에도 시사하는바 크다
회사명운에 중소기업과의 협력도 한몫

▲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얼마 전 자동차부품 협력업체 대표를 만나 관련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기회가 있었다. 거래 대기업에 납품단가 계약을 위해 본사를 방문했는데 최저임금도 인상되고, 재료비 등 물가도 많이 올라 내심 소폭 인상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에서는 내수 부진과 글로벌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단가 20% 삭감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구매담당자는 경영진이 원가절감과 연말성과금을 위해 계열사의 납품단가도 일괄 인하했으니 일반 납품업체도 가격인하 동참을 지시했다는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 대표는 일을 해도 제대로 가격을 받을 수 없는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 비중을 점차 줄이고 글로벌 자동차부품사로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러한 기술력 우수기업 이탈은 결국 국내 자동차 시장에 부메랑이 되어 피해는 대기업에 돌아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더불어 잘 사는 경제구현을 위한 신뢰 기반의 공정과 혁신의 상생모델을 마련하여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극복하는 추세 전환을 위해 다양한 상생협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납품단가 애로해소를 위한 수시 기획조사, 부당한 원가 정보 공개 금지 등을 강화하고 위반시 공공분야 입찰참여 제한 등을 실시 중이며,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 및 피해 구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불공정거래신고센터 확대와 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추가로 사후처벌을 강화하였다.

또한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여 성장단계별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대·중소기업간의 판매이익과 원가 절감 이익을 공유하는 소득주도 성장에 기여하는 상생협력을 추진 중이다.

물론 대기업도 글로벌 기업과의 무한 경쟁과 경기 침체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상일보(2018년 7월5일자 13면, ‘현대重, 동남권 매출 1위 대우조선에 내줘’)가 보도한 울산기업들의 매출성장이 부산·경남지역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주력산업 부진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일 가뭄 등 어려움을 버티고 견뎌 나갈 수 있는 역량은 더 뛰어나 거래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쥐어짜기보다는 동반자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주역(周易)에 이런 말이 있다.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 즉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그 보답으로 후손들에게 복이 미친다는 말이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경주 최부자집 이야기이다. 최부자 집안은 흉년에 구휼미를 풀어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했고,소작료를 감면하고 백성의 농토를 헐값에 매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대기업의 흥망성쇠는 자체 역량뿐 아니라 거래 중소기업과의 돈독한 협력에도 명운이 달려 있다. 부자가 3대를 가기 힘들다는 통념과 달리 경주 최부자 집안은 300년 간의 상생으로 가문의 번영과 부를 지켜왔던 것이다.

지금 어려운 경제 환경에 놓인 대·중소기업의 관계도 당장의 성과금이 아닌 장기적인 상생 관점에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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