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일 울산대 인문대학 교수 전 SK에너지 화학생산본부장

필자는 직장생활을 36년 가까이 하면서 체격도 작고 와일드하지 않아서 누가 봐도 얌전하고 점잖은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의외로 성격이 급하고 남을 통제하려고 하는 한편 기준에서 벗어난 말이나 행동이 보이면 가차없이 화를 내고 업무영역의 침범도 용납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이 조직의 장으로 있다보니 그 책임감때문에 화를 내고 내 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줄로 알았다. 아니면 혈액형이 O형 이어서 그런 것인가 라고도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나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하면서 화를 내고 난 후에도 혼자 훌훌 털어 버리고 전혀 일이 없었던 듯이 태연한 척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퇴직 후에 우연히 코칭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고 심리상담도 공부를 하던 중 ‘애니어그램 성격유형’에 대하여 공부할 기회가 있었고 거기에 나타난 나의 성격이 8번으로 ‘도전가’ 유형이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제까지의 나의 행동들이 나의 타고난 성격유형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이었다. 8번 유형의 약점을 보면 “쉽게 폭발적인 분노와 복수심에 지배당한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칠고 과격하며 독재적이다” “타인에게 통제 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남을 지배하려 하고 의견이 다를 경우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남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성격유형을 잘 표현한 특징들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8번 유형의 강점을 보니 “내면에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추진력과 힘이 있다” “진실함과 결단력이 있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로 나와 있는데 나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애니어그램 성격유형’은 1번에서 9번까지 9가지 유형이 있는데 어느 성격유형이 좋다 나쁘다의 개념이 아니고 모든 유형이 강점과 약점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한 가지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 있는 성격 유형도 발휘를 하고 있어서 이것을 날개라고 하는데 나의 유형인 8번의 날개는 7번과 9번 유형인데 이 유형의 성격을 찾아보니 이 또한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성격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필자같은 성격이 성숙된 방향으로 가자면 2번 성격 유형인 ‘사랑주의자’의 강점인 “동정심과 마음이 따뜻해서 사람들을 잘 도와준다” “마음이 넓어서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관대함이 크다”의 성격을 발휘하면 원만한 성격으로 진행되어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퇴행방향인 5번 유형의 약점으로 가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게 되니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좀 알아 가는 것 같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알것같다.

우리가 평소에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도 성격유형을 알게되면 이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예를 들어 8번 유형의 성격은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직관을 많이 활용하고 감이 빠른 유형이라 여행을 갈 때도 큰 틀에서 경유지와 목적지만 있으면 여행을 출발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그때그때 융통성이 있게 일정을 조정하면 되는데, 한번은 ‘연구가’ 유형인 5번 유형의 친구와 같이 여행을 하였는데 이 친구는 모든 일정이 시간, 분 단위로 짜여 있고 그 일정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답답해 했었는데 그 친구 입장에서는 오히려 내가 계획도 없이 적당히 되는대로 여행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 불편한 감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그때에 이런 성격 유형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면 그 친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부간이나 친구간에도 이런 성격유형을 알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훨씬 좋은 관계형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성숙된 사람이 되어 간다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줄여가는 것일 텐데 그러자면 우선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을 해보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 인생을 참되게 살아가는 기본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이상일 울산대 인문대학 교수 전 SK에너지 화학생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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