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中企 불복종’ 확산…소상공인들 ‘부글부글’

▲ 최저임금이 큰폭으로 인상된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울산지역 한 음식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중기협회 시작으로
구군 협의회·타지역 가세
위헌심판 청구까지 검토
구심점 없는 소상공업계
“폐업밖에 답없어” 토로

내년에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10.9%)으로 최악의 경영상황에 직면한 울산지역 중소기업계의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 울산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울산지역 중소기업 단체는 조만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불복종 실행계획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와 인천지역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당성과 업종별·내외국인 차등적용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영 한계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발 ‘최저임금 불복종’ 동참 줄이어

29일 지역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한 울산중소기업협회(회장 고원준)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 관련 후속 실천방안을 실행에 옮겨 최저임금 인상 관련 대정부 압박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울산중기협 관계자는 “지난 정기이사회에서 정부의 2년 연속 10%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중소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결정이라는데 회원사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플래카드 문구 등 세부사항을 결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중소기업협회는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2~3차 협력업체를 포함해 울산지역 300여개 제조업체가 소속된 단체로,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시 상당수가 적자경영 및 적자확대 등 우려로 패닉에 빠진 상태다.

자동차와 조선 관련 부품업체 등으로 구성된 울산지역 구군별 협의회와도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울산 남구중소기업협회는 구군 협의회중 가장 먼저 최저임금에 불복종 운동에 동참을 선언했다.

김범수 울산 남구 중소기업협의회장은 “원청의 납품단가 현실화가 안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은 빚을 내 임금을 줘야할 판국”이라며 “울산중소기업협회의 최저임금 불복종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회장 박금배)·동구(회장 이무덕) 중소기업협의회도 2년 연속 10%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협의회 별 이사회를 통해 공동 의견을 마련, 울산중기협과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연대할 계획이다.

울산발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은 대구·인천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에 본부를 둔 전국중소기업 중소상공인협회와 대구중소상공인협회는 최근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기로 결의하고, 불복종 실천방안을 강구중이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소상공인연합회, 무역협회 등 4개 경제단체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 놓고 있다.

◇소상공인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울산지역 소상공인들의 마음도 타들어 가고 있다.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불황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지역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죽으나, 지역경제 불황으로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자포자기식 인식이 만연해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울산지역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대변할 소상공인연합회조차 없어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일부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앞서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직원을 감원하고 있고, 이같은 방안으로도 버티지 못할 경우 휴·폐업 방안도 고려중이다.

남구 무거동에서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최근 오른 최저임금을 버티다 못해 직원 1명을 정리하고, 영업시간도 밤 11시에서 10시로 1시간 단축했다.

업주 윤모씨는 “경기 불황으로 올해 매출은 지난해 절반밖에 안되는데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또 큰폭으로 올린다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면 종일근무 직원 대신 파트타임 두 명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교통비·식대 등 각종 부대비용은 배로 들어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업 경기 침체로 근로자들이 대거 이탈한 동구지역 소상공인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동구 방어동에서 2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최근 가맹본사에 배상해야하는 위약금을 감수하고서라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이 편의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 원롬촌의 조선업 근로자들로 직원 3명을 둘 정도로 성업했지만, 최근 매출이 절반가량 뚝 떨어지면서 직원 2명을 정리했다.

업주 이모씨는 “식구 세 사람이 평일 주야간과 주말 낮시간 번갈아 근무하고, 아르바이트생 1명만 쓰고 있다”면서 “가족들까지 동원해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또다시 최저임금을 올리라고 한다면 폐업밖엔 탈출구가 없다”고 호소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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